진료재료 구매대행업체(GPO) C사가 부인해왔던 산업스파이 영입 관련 의혹 수사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동종 경쟁업체 D사에 근무하며 영업비밀을 취급했던 직원들을 채용한 후, 해당 직원이 빼돌린 정보로 의료기관의 구매대행 사업자 선정입찰 등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0일, C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흔히 ‘산업스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나 기업 간 부정경쟁을 전담해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이었다.
수사팀은 앞서 C사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경쟁사 D사가 제기한 의혹을 1차 검토한 후 혐의사실이 있다고 판단, 압수수색을 통해 D사 등 진료재료 구매대행업체들로부터 C사로 이직한 직원 3명과 C사의 업무관련 자료와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혐의는 D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의료기관과의 거래내역이나 금액 등을 직원 A와 B씨가 빼돌렸고, 이를 이용해 C사가 D사와 거래해왔던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과의 거래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이 적용됐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며 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처벌규정과 손해배상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C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C사 고위관계자는 “회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최근 이직한 직원들에 대한 수사였다”면서 “회사는 산업스파이를 영입한 적이 없으며, 통상 의료계는 동종업계 간 이직이 잦은 분야다. (사건도) 동종업계자들의 이직을 둘러싼 오해였다”고 강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6개월여 간 이어진 수사에서 경찰은 의혹이 제기된 직원 A와 B씨 뿐 아니라 C사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혐의 중 일부를 확인하고, 지난달 말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배당됐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구매대행업체는 구매자인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수천 품목의 진료재료를 계약에 따라 생산자로부터 공급받아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 품목의 가격과 의료기관에서 품목별로 얼마나 쓰이는지를 나타내는 수량정보가 계약의 핵심이자 전부”라며 “만약 혐의가 사실이라면 신뢰가 생명인 GPO 입장으로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한편, C사는 최근 매출채권의 처분에 따른 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높은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부정경쟁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경영 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때문인지 C사는 기소사실 등에 대해 답변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