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죽었다” 공개선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죽었다” 공개선언

기사승인 2019-07-09 18:27:52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의 완전 폐기를 선언했다.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람 장관이 다수 시민이 반대해온 범죄인 인도법안을 ‘사망했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낸 지 꼭 한 달이 된 날이다.

앞서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하자 송환법 추진 '무기한 보류' 방침을 밝히면서 "2020년 6월이 되면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므로 송환법은 기한이 다 되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람 장관의 이날 '송환법 사망' 발언은 반대 진영의 법안 완전 철폐 요구가 사실상 이미 수용했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람 장관은 법안을 정식으로 철회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울러 람 장관은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를 판단할 위원회도 가동하겠다면서 송환법 반대 진영의 요구를 추가 수용했다.

그는 독립적 '경찰 불만 위원회'(Police Complaints Council)를 만들어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시위대, 경찰, 언론 등 모든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12일 경찰 본부 앞에서 진행된 시위 때 고무탄 등 폭동 진압용 무기를 대거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후 '과잉 진압 책임자 문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주요 요구 사항으로 부상했다.

람 장관은 또 이날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학생들과 '열린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대학생 대표들에게 소수만 참여한 비공개 대화를 제의했다. 이에 대학생 대표들은 공개 대화, 시위 체포자들의 처벌 면제라는 양대 선결 조건이 충족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람 장관은 이날 홍콩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믿음이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송환법 반대 운동에 나선 많은 홍콩 시민은 중국 본토의 강한 지지를 받는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람 장관은 맡은 임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향후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홍콩 정부가 입법회 점거 등 '불법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홍콩 앞바다에서 진행한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 사진을 공개하는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는 온건 시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일부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강경 시위대에는 무관용 대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홍콩 정부는 지난 1일 밤 벌어진 입법회 청사 점거 시위자들에 대한 대규모 검거를 준비 중이어서 향후 홍콩 정국에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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