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명의 명클리닉] 대장암 수술 전문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글로벌명의 명클리닉] 대장암 수술 전문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기사승인 2019-07-26 14:00:00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왼쪽)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둔 한 중년 환자에게 암 수술 전후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사진) 교수는 대장암 복강경·로봇 수술 전문가다. 2004년 5월 첫 수술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15년간 구한 대장암(결장암, 직장암) 환자 수가 3000명도 더 된다. 이 교수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합병증이 없을 만큼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고 최고의 수술 테크닉을 가진 대장암 해결사로 통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직장암 로봇 복강경 수술을 평균 2시간 내외에 끝내고 있다. 그래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복강경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개복수술 전환 비율이 2% 이내, 문합부(꿰매어 이은 곳) 누출률이 5% 미만에 그친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숙달이 돼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28일 “대장암을 피하려면 되도록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보다는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5세 이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3~5년 주기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암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 단계에서 조기 진압할 수 있어서다.

대장암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과 대장암 극복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교수에게 물어봤다.

 

- “혹시 나도?” 하면서 은근히 대장암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 및 사망 순위에서 5위 이하에 그쳐 관심권 밖에 있던 암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우리나라 암 환자 수는 총 22만9180명이었다. 대장암은 이중 12.3%(2만8127명)로 전체 2순위에 올랐다.

남녀 성비는 1.5대1로 남자가 더 많고, 연령대별로는 70대가 2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26.5%, 50대 21.2% 등의 순서를 보였다. 전체 환자의 74.3%가 50세 이상 장·노년층이란 말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장암 발생률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장암=서구암’이란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대장암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인이나 유럽인의 건강만 위협하는 암이 아니다. 우리도 대장암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예방 및 조기발견, 극복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 대장암 위험 신호는? 
“대장암은 용종에서 시작되어 선종, 악성종양까지 10~15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혈변, 복통, 체중 감소, 배변 습관의 변화 등이 있지만, 대부분 무증상이다.

그래서 어쩌다 수세식 변기에 피가 묻거나 퍼지면 대장암인가 싶어 깜짝 놀라 걱정을 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 치질 등 항문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발암 초기에는 맨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미세 출혈이 대변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 검진 때 소위 ‘분변잠혈검사’를 1차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를 2차 정밀검사로 선택하도록 권하는 이유다.

대변을 보기 힘들 때, 변보는 횟수가 감소했을 때, 잦은 설사 또는 변비가 있을 때, 잔변감이 있을 때, 검붉은 색의 혈변이 있을 때, 변에서 참기 힘든 악취가 날 때, 콧물 같은 점액 변이 나올 때, 변이 가늘어졌을 때에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암으로 인해 배변 양상이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가족력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가족력이 있으면 대장암 위험도가 배 이상 높아진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렸다면, 그 아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 위험도가 두 배 높아지는 식이다. 모자, 또는 형제간 위험도 역시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대장암 발병에 큰 영향을 주는 식생활습관이 비슷한데다 대장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았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형제 중 한 사람이라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장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유전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 환자 중 10% 정도에서 발견된다. 이 경우 다음 세대로 대장암이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가족은 모두 유전 상담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용종이 있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대장용종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장에 뭔가가 혹처럼 튀어나와 있다는 거다. 형태에 따라 선종성 용종, 과형성성, 연소성, 염증성 용종, 포이츠 에그 용종, 점막용종, 지방종, 유암종, 평활근종, 림프관종, 심재성 낭포성 대장염 등 아주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대장내시경 검사 때 우연히 발견되는 선종성 용종이다. 대장에 나타나는 양성 종양의 67~75%를 차지할 정도다. ‘암의 전 단계 병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성, 즉 진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종성 용종이 ‘암의 싹’이란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선종성 용종은 대장 점막 세포의 유전자 변이와 관련이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대장암으로의 진행을 싹틔우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장암 검진 주기는 어떻게?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선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45세 이후 3~5년 마다 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선종이 2개 이하면서 모두 1㎝ 미만이고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다면 이 경우에도 검사 주기는 3~5년이 적당하다.

하지만 선종이 3개 이상이면서 1㎝ 이상이고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이 발견됐다면 좀 더 자주, 2~3년 주기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이들은 40세부터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대장암에 걸린 가족 중 가장 어린 환자의 나이보다 최소 10년 일찍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면 되겠다.”
 

- 대장암은 주로 어느 부위에 생기고 치료는 어떻게 하나?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되고 결장은 다시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그리고 에스결장으로 나뉜다. 결장에 발생하는 암을 결장암. 그리고 직장에 발생하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한다. 부위별 암 발생률은 맹장과 상행결장 20%, 횡행결장 5%, 하행결장 및 S상결장 40%, 그리고 직장 35% 정도이다.

어느 부위든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이뤄진다. 특히 최근에는 직장암의 경우 로봇 팔을 활용하는 로봇 수술로 빠르게 대체되는 상황이다. 이어 재발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적으로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대장암 수술을 할 때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장암 부위 상방과 하방으로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주위 림프절까지 완전 절제함으로써 재발 위험을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종양으로부터 5~10㎝ 가량 떨어진 부위까지 절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 시 림프절 절제는 암의 완전 제거뿐만 아니라 정확한 병기 설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직장암의 경우 가능한 한 항문 괄약근을 보존하는 것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유지 차원에서도 이롭다. 이를 위해 수술 전 방사선 치료 또는 화학요법 시행 후 항문 괄약근 보존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수술 시 자율신경 보존술을 병행해 수술 후에도 성기능과 배뇨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팀이 복강경 대장암 수술 광경. 서울성모병원 제공

- 직장암 수술 후 인공 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인공항문을 쓴다는 것은 본인이 타고난 항문을 쓸 수 없다는 의미, 즉 암 수술로 인해 항문의 고유 기능을 잃게 됐다는 뜻이다.

항문의 역할은 변을 스스로 조절하고 변실금(배변 조절 기능이 약해져 자기도 모르게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상태)이 생기지 않게 억제하는 일이다. 항문 가까이에 암이 생겨 이 기능을 상실하게 됐을 때 필요한 것이 인공항문이다. 복부 쪽에 장과 연결되는 구멍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장루(腸瘻)’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런 수술도 나날이 줄고 있다. 진행암 수술 시 일시적으로 사용할  뿐, 영구적으로 쓸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항문 근처에 생긴 암이라도 로봇 팔 등을 이용, 항문 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해 스스로 배변을 조절하게 해줄 수 있게 된 까닭이다.”
 

- 대장암 치료율 수준은?
“우리나라 암 치료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장암 환자들의 5년 평균 생존율(완치 기준)은 68.7%이다. 그렇다면 10명 중 약 7명은 완치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대장암 1기 환자들은 완치율이 90% 이상, 2기 환자들은 80%에 이른다. 

대장암만 놓고 보면 암은 이제 더 이상 정복하지 못할 대상이 아니다. 조기 발견, 조기 수술로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대장암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 다학제협진팀이 대장암 로봇수술 전후 어떤 치료법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다. 왼쪽 첫번 째가 로봇수술을 진행할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 재발을 막으려면? 대장암 예방수칙은? 
“먼저 대장을 일부 절제한 경우, 남겨진 대장 쪽에 다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설혹 재발이 되더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기름진 음식으로 만들어진 변은 굳어서 아무래도 장에 장시간 머물게 되고, 그만큼 더 담즙산 같은 독성물질 분비를 촉진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수술 후 고기는 일절 안 먹는다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가급적 기름진 고기 섭취를 자제하더라도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위해 살코기는 먹어줘야 한다. 특히 항암 치료 중에는 고단백질 위주의 영양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다. 장 점막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전거 타기,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적절히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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