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논단의 핵심인사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구속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석방이 거론되고 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오늘(22일)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보석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이날 법원의 직권보석 결정이 내려지면 지난 2월 11일 구속 기소된 후 179일만이다.
재판부가 직권보석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의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심 구속기한이 최장 6개월로 정해져있어 구속만기인 오는 8월 11일 0시까지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심리는 증인신문이 시작돼 실리와 민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 것.
구속기간을 다 채울 경우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일부나마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운신을 제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할 경우 그에 따른 제한을 조건으로 붙일 수 있어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재판부가 보석 보증금 외에도 주거지 제한, 가족·변호인 외 접견금지, 법원 허가 없는 출국금지 등의 조건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보석으로 풀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법조계 내부에선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하며 각종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 전 대법원장이 해당 조건들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그는 그간 구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기한 종료에 따른 구속 취소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설령 재판부가 보석을 결정하더라도 구속 취소와 비교해 특별히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조건이 부과된다면 보석 거부도 불사하자는 의견도 내부에서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의 보석결정에 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보석결정 불복사례를 감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보증금 납입 등 즉각적 이행조건을 어기는 차원에서 보석을 취소하는 등의 방안 등은 고려될 수 있다고 보고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재판부의 힘겨루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