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대란이 눈앞이다. 야산 등에 의료폐기물이 불법으로 버려지고, 적발된 1000톤(t) 가량의 의료폐기물은 수개월째 처리되지 못해 오염물을 사방으로 퍼트리고 있다. 하지만 의료폐기물 처리업계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일반폐기물 처리비용의 10배 전후를 받으면서도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22일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외교통일위원회 이석현 의원(전 국회부의장)이 1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을 위시한 의료폐기물 처리업계는 환경부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관을 향해 무딘 송곳니를 드밀었다.
쟁점은 환경부가 지난 6월 26일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크게 2가지다. 핵심은 의료폐기물로 분류해온 1회용기저기 중 감염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저귀를 산업용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배출된 1회용기저귀의 보관 및 수집, 운반기준을 의료폐기물에 준해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반대의사를 밝혔다. 최병운 의폐조합 사무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감염 전파가 낮은 1회용기저귀라도 감염우려가 100% 해소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개정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1회용기저귀의 분리배출은 현장상황을 모르는 안일한 발상이자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근거로 의폐조합이 의뢰해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수행한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미생물학적 안전성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의료폐기물이 다수의 일반폐기물과 혼입·배출됐으며, 1회용기저귀 92%에서 위해성이 높은 황색포도상구균을 비롯해 폐렴구균, 녹농균과 같은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결과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의료계 및 환경계, 정부 관계자들은 연구방법과 그에 따라 도출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폐조합의 주장에 문제를 지적했다. 당장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연구방법이 잘못 설계된 연구로 1회용 기저귀의 감염성과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연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국 7개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요양병원 수의 약 10%에 해당하는 150개소가 배출한 의료폐기물용기를 수거해 내용물의 구성과 감염성균의 존재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은 감염병 환자에게서 배출된 1회용기저귀인지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렵고, 폐기물 배출 후 여러 오염원과 뒤섞여 십여일 후에야 처리시설로 들어가는 만큼 오염원을 구분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같은 주장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과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 또한 동의의 뜻을 표했다. 나아가 홍 소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폐기물로 분류가 달라질 뿐 수거부터 운송, 소각까지 의료폐기물과 동일한 기준에서 이뤄지는 만큼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대부분의 비감염성 1회용기저귀가 배출되는 요양병원을 대표해 참석한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는 검출된 감염성균의 경우 일반인들의 대변 등에서도 검출되는 균들인 점, 요양시설에서는 일회용기저귀가 일반쓰레기로 배출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의폐조합의 주장이 억지주장이자 진심을 가리려는 허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산업폐기물 소각장의 시설차이는 없다. 지금 공제회의 논리라면 요양시설에서 나오는 기저귀는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인데 어떤 의견도 내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이 수익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의료폐기물업계의 억지라고 힐난했다.
이어 “의료폐기물이 늘면서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처리단가만 2년 새 2배 이상 올라갔다. 요양병원 중 300%가 증가한 곳도 있다”면서 “이렇듯 시장이 실패한 의료폐기물 경제에서 소각업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약탈경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최고의 포식자들이다. 시장이 실패할 때 정부의 개입은 정당하다”고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찬성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