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유산 ‘원격의료’ 文정부 이어받나

박근혜의 유산 ‘원격의료’ 文정부 이어받나

규제자유특구서 의사-환자 원격진료 전격 추진 논란 예상

기사승인 2019-07-24 15:18:06

정부가 규제자유특구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키로 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재벌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판을 받은 사업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본격 테스트에 돌입한 것.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의료를 상업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전면 시행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사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23일 관련 기술 테스트 및 기업 육성을 목표로 7개 지역의 규제자유특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강원도인데, 해당 지역에서는 개인정보 활용 및 ‘원격진료’가 실시된다. 

전 정부에서 추진하려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좌절된 ‘원격의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그간 정부 문서에 ‘스마트진료’ 등 사실상 대체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 곳곳에 원격의료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명시한 것은 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의 발로라는 평이다.      

공식 발표에는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대구 스마트 웰니스 등을 두고 “핵심규제지만 그간 해결 못했던 개인정보·의료분야”라고 명시돼 있다. 강원도에서의 원격의료 실시와 관련해 정부는 “강원도 격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및 내원안내,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격의료 본격 실시에 대해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의 전 과정을 실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과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기대 효과로 내세운 것은 매출 390억 원과 230명의 고용 창출이다. 

전 과정은 민간이 맡는다. 이는 기존 복지부의 시범사업과의 차이점이다. 시범사업이 공공보건기관에서 의사와 의료진간 ‘협진’에 초점을 맞춘 것에서 이번에는 환자가 집에서 의사로부터 직접 원격진료를 받도록 허용한 것. 물론 간호사 입회와 만성질환자 중 재진환자로 제한 조건을 넣었지만, 이전까지 군부대와 선박 등 특수 상황으로 국한했던 원격진료가 특구에서 100% 풀리게 된 것이다. 

당장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윤리적 접근이 필요한 의료에 관한 결정을 너무 상업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며 “의료계와 별도의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시스템 도입 이전에 과연 인프라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업계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꼴”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철저히 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원격의료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네트워크와 장비가 투입되고 이것은 관련 업체들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격오지 환자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상당 부분 편이성에 집중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밝힌 경제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 삼성이 개발한 장비들을 스코틀랜드 응급진료 시스템에 집어넣었지만 거절당했다. 의료장비는 그 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과의 적합성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대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무부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 관계자는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는) 복지부를 통해 충분히 들었다”면서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의견을 묻자 정부 여당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전면 허용이 아니며, 복지부 시범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른 점은 민간 중심이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특구에서 실증 테스트를 해보고 수요 창출 및 의료계의 우려가 과연 실제로 발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기본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무부처가 복지부가 아니기 때문에 상업적 측면이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규제자유 특구 지정 과정이 오랜 기간 관계 부처 간 논의가 있었고, 현재 중기부가 사업 총괄을 맡고 있지만 복지부가 사후처관리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러 시범사업에서 의사간 협진을 했기 때문에 민간 영역에서 실증을 하는 것으로 봐 달라”며 “정부가 주도해서 한 것이라기보다 강원도가 신청해 부처가 제한적으로 실증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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