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내우외환에 휩싸인 가운데 집권 후기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적쇄신에 윤곽이 드러나는 듯하다. 일부의 예상처럼 혹시나 했던 인사들의 기용이 다수설로 자리 잡으며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장 지난 26일 청와대는 비서진 중 민정수석과 일자리수석, 시민사회수석 등 3자리를 바꾸며 잇따른 인사교체를 알렸다. 조 전 민정수석의 뒤는 김조원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맡았고,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의 뒤는 황덕순 일자리기획비서관이 이었다.
시민사회수석 자리는 당초 거론됐던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이 아닌 김거성 전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이 이용선 전 수석의 뒤를 이어 앉았다. 이날 자리에서 물러난 조국 전 민정수석은 다음 달로 예정된 3기 내각에서 법무부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체된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과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복기왕 정무비서관, 김영배 민정비서관, 김우영 저치발전 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 비서관 등은 내년 총선을 준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추가로 거론되는 내각 개편인사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뒤를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개호 장관을 대신해 김현수 차관의 내부승진이 유력시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뒤로는 김태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의 후임에 대해서는 거론되는 인사가 없는 상태다. 당초 교체가 예상됐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우에는 적절한 후임자 찾기 어려운 데다 교육개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장관급 인사에 해당하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의 교체소식도 들려온다. 현재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조성욱 서울대학교 교수가, 새 금융위원장 자리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사의를 표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는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물망에 올랐다.
이와 관련, 장관급 인사 물색이 쉽지 않고 고사하는 인사들도 많아 개각 시기가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늦어도 9월 정기국회 이전에는 개각이 완료해 ‘일하는 청와대’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새 얼굴들로 공직사회 분위기를 인신하고 국정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부에서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론도 나온다. 김 신임 민정수석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공직기강비서관, 새정치민주연합 당무감사원장 등으로 일했고,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퇴진 관료그룹을 이끈 바 있다. 조 전 수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썼던 사람만 또 쓴다’는 지적과 함께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나 과거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인사,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들만 다시 발탁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정운영에 집중해야 할 청와대가 총선 출마자들을 내보내기 위해 인사를 계속 한다는 점에서, ‘총선용 인사만 되풀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