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6000건.
지난 한해 전국 보건소에서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에 의뢰한 결핵 의심 환자의 객담(가래) 의뢰건수다. 김천태 결핵연구원장은 농담 반 진담반 “전국에서 우리 손을 거치지 않은 결핵균은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결핵연구원은 전국 보건소에서 보내온 결핵 의심환자의 객담(가래)을 이중삼중의 확인 과정을 통해 감염 여부를 진단하고, 결핵과 관련한 각종 연구도 실시한다. 다만,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지원이 단편적이어서 집중 연구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지난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에 위치한 결핵원구원을 방문했다. 연구원은 결핵 정책 및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센터와 전국 보건소에서 의뢰한 환자 객담 등을 검사하는 진단검사의학센터로 이뤄져 있다.
일선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도말 검사보다 연구원의 배양 검사가 결핵 발생 여부를 판정률이 높다. 배양 검사는 기본이고 어느 약제가 해당 결핵균 사멸에 효과적인지를 알아보는 약제감수성 검사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리얼타임PCR을 통하면 희미한 결핵균의 흔적은 더욱 선명해진다. 지난해에만 60000여건의 리얼타임PCR 검사가 실시됐다. 홍종욱 진단검사의학부장은 “최근에는 비결핵성 폐결핵 환자의 검사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검사에만 70여명의 임상병리사들이 투입된다. 검체 건수가 많다보니 진단검사를 위한 손은 항상 부족하다. 오송에 위치한 터라 인력수급이 그리 원활하진 않다. 과거에 비해 결핵 환자가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는 결핵 발생 여부와 결핵균의 종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는 의뢰가 밀려든다. 홍 부장은 “결핵 퇴치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연구 집중 어려움도
2층 연구센터에 입장하기 전 이승헌 기초연구부장은 기자에게 덧신을 신을 것을 요구했다. 결핵균을 다루는 만큼 신발을 통한 교차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연구원들은 각종 실험에 몰두해 있었다. 현재 연구센터에만 박사급 연구자 6명과 석사급 5명 등 총 11명이 여러 결핵 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다.
연구센터는 진단검사 및 약제 감수성 개발에 있어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연구 과제를 수행 시 어려움도 적지 않아 보였다. 우선 정부 주도의 결핵 집중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게 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연구과제 선정 기관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핵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과제 선정을 진행하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선 결핵 현장 실무자 입장에서 아쉬움은 적지 않아 보였다.
“결핵 관련 정부 연구 사업이 분산돼 이뤄지기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결핵 연구 선정 위원들도 결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혹하는 신기술로 과제비를 타 연구를 진행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도 ‘성과를 내라’는 조건을 내 걸지만, 정작 연구 성과물이 도출되어도 이것이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일지 연구자 스스로도 의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연구원 관계자 A씨)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