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동맹'이라면서... 독촉장만 ‘수두룩’

韓·美'동맹'이라면서... 독촉장만 ‘수두룩’

기사승인 2019-08-07 06:00:00

미국이 한국에 거듭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4일 호주를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아시아 지역 내 동맹국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과 일본이 ‘총알받이’가 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우리 국방부는 한국에 미국의 미사일이 배치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동맹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 요구는 지난달부터 계속됐다. 지난달 23~24일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자리에서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방위비에 대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연합체 참여에 대해서는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동맹국의 책무’만을 강조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미국의 아시아 지역 내 미사일 배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후보지로 거론된다면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이미 긍정적 입장을 밝힌 연합체 참여에 대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과 한국 등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이 따르는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는 한국의 국내외 상황이 순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악재가 겹치며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수출 우대국 ‘백색국가’에서 배제되면서다. 지난 5일 원화가치는 달러당 1215원대를 기록하며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전날 대비 코스닥은 7.46%, 코스피는 2.56% 급락했다. 안보가 흔들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이 동해 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으로 진입했다. 또 북한은 지난달 25일, 31일에 이어 지난 6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국의 위기에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중·러 군용기의 KADIZ 침범에 대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달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라 문제없다”며 사안을 일축했다. 한일 경제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뚜렷한 중재 시도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소득 없이 30분만에 끝났다.

한국은 미국과 지난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래 꾸준히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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