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여성 채용 및 승진을 장려한단 취지로 기업들과 체결 중인 ‘성별균형 포용성장 동반관계(파트너십)’에 대해 일각에서 이른바 ‘新규제’로써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승진 과정에서 성별에 차별을 두지 말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의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여가부가 발간한 관련 가이드라인 책자를 회원사에 배부하거나 관련 세미나를 열고, 실무기획단 회의에 참석하는 등 협조하고 있지만, 재계의 부정적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앙정부부처와의 ‘약속’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약 자체를 ‘규제’로 여기기도 한다. 한 경제단체는 “사원의 꿈은 임원이 되는 것인데,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새로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원사의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도 “임원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등의 특정 목표를 둔 것을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협약에 대한 재계 분위기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심각하게 느끼거나 환영하는 기업은 없다.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업도 없다. 성별 및 연령에 차별을 안두는 기업도 많은데 (여가부가) 모든 것을 성별간 대립구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여가부의 반응은 기자가 확인한 것과는 좀 다르다. 여가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진선미) 장관이 회장, 사장과 만나면 생각보다 (기업 성별균형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MOU를 맺는 것은 민간기업의 (성별균형에) 법적인 강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민간 자율성을 강조했다.
◇ 기업 조직문화 ‘균열’ 글쎄?
남성 중심의 기업 조직문화 변화는 노동계 등 시민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진선미 장관이 기업 CEO 세미나에 연이어 참석하고, 여가부는 하반기에도 희망 기업 대상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우수실천사례 발굴·홍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여가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4월부터 업무협약을 시작한 것이라 가시적 성과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며 변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타 산업에 비해 이미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금융사 위주로 협약을 이어가는 점도 의문이다. 풀무원과 롯데그룹, 피엔지를 제외하면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SC제일은행, KB국민은행, KB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등 협약 대상 기업은 대부분 금융사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금융사에 초점을 잡은 이유는 여성 진출은 많지만, 관리직 비율이 많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계 영향력을 감안해 상징적 메시지가 큰 삼성과의 협약 여부는 고려하고 있을까? 여가부는 “기업 규모와는 상관없다”면서도 “(장관-회장간 만남이) 바로바로 날짜가 정해지기 어렵다”고 말을 흐렸다.
아울러 내년에 이 사업이 계속될지도 불확실하다. 여가부는 해당 사업의 내년 시행과 관련해 “예산이 얽혀 있어서 (확답이 어렵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