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가축일까 가족일까"…법으로도 해결 안 돼

"개는 가축일까 가족일까"…법으로도 해결 안 돼

기사승인 2019-08-12 06:00:00

복날마다 개고기 소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법률도 개를 가축으로 봐야 할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해 논란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지난달 12일 초복, 국회 앞에서는 개고기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날 식용개 사육농민들은 개고기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개고기 수육을 먹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맞은 편에서는 개고기 소비를 반대하는 ‘동물해방물결’(동해물)과 ‘동물의 마지막 기회’(LCA)등 국내외 40여 개 동물시민단체가 2019복날추모행동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불법 도살된 개 모형에 헌화하고 향을 피웠다. 동해물은 지난 11일 말복에도 광화문에서 개식용종식범국민대집회를 열었다. 이날 동해물은 “복날 개고기 대신 시원한 과일을 먹자”는 취지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수박을 나눠 먹었다. 

개고기 소비를 반대하는 이들은 반려견은 친구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이지연 동해물 대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동물을 기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반려견 문화가 자리 잡아 개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전통 식문화라는 이유로 개고기 소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개를 시작으로 점차 모든 동물의 잔인한 사육과 도살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고기 소비를 우리 고유의 식문화로 보는 입장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시장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A씨는 “과거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중장년층에서 여전히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에는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며 “돼지나 닭과 마찬가지로 법을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는 데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남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보신탕을 취급하는 식당에서 만난 손님 B씨는 “적절한 과정을 거쳐 판매되는 개고기를 원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은 막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개를 가축의 범주에 편입시킨다면 소, 닭, 돼지 등과 마찬가지로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 도축, 유통할 수 있다. 그러나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면 식용견 유통이 금지되고 개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현행법상 개는 가축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축산업 발전과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목적인 ‘축산법’, 축산물 생산·수입·이동 경로를 관리해 방역 효율성과 축산물 안전성을 확보하는 ‘가축 및 축산물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개를 가축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가축 사육·도살과 축산물 가공·유통 규칙을 정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보지 않는다. 

개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08년 서울시는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에 포함하도록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른 육류처럼 개고기도 정기 위생검사와 관리 대상에 편입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대로 지난해 5월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의 '축산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행위가 금지된다.

김계웅 공주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현행법이 개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포괄적”이라며 “개고기 찬반 논쟁을 떠나서 법률은 두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은 사육 목적에 따라 필요한 관리 조치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개를 식용으로 기르는 경우와 반려동물로 기르는 경우가 모두 있다”며 “개의 법적 지위가 가축인지 반려동물인지 모호한 상태로는 사육 과정에 필요한 제도들이 적절히 마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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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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