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리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휴양지인 샤마라 해변이다. 모래사장에는 파란색 파라솔들이 줄지어 그늘을 잇고 있었다. 파라솔과 같은 푸른 색 옷을 입은 러시아 남성이 바구니를 들고 다가오더니 캔 음료를 내밀었다. 롯데칠성음료가 수출하는 ‘핫식스’였다.
◇ 성장하는 러시아 에너지 드링크 시장
지난 10일 찾은 블라디보스토크 샤마라 해변에서는 핫식스 프로모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날 프로모션에는 오기병 롯데칠성음료 글로벌본부 책임과 전승훈 롯데칠성음료 글로벌본부 책임이 동행했다.
오 책임은 “러시아는 이런 종류의 프로모션이 거의 없다”면서 “강점이자 차별점으로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에너지 음료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2009년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전체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12.4%에 달한다. 2조원대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현재 시장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레드불(Red bull), 번(Burn), 불릿(Bullit) 등이다. 기존 에너지 음료들이 ‘극한’과 ‘익스트림’을 강조하는 것과는 다르게 핫식스는 ‘데일리 에너지 드링크’ 개념을 강조하며 친근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험기간 응원 이벤트, 해변 휴양지 판촉 등 소비자 접점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아르바트 거리에서도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아르바트 거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우리나라의 인사동·명동과 같은 곳이다. 또한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이 주로 다니는 번화가에 LED 광고를 게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한다.
오 책임은 “주류 소비량이 많은 만큼 에너지 드링크를 술과 함께 음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존 밀키스·레쓰비 유통망으로 판매채널을 늘리는 한편 이러한 수요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은 어느 정도 주효한 모양새다. 수천만원 수준이었던 핫식스의 러시아 내 판매량은 지난해 2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4억원을 앞두고 있다. 다만 마트·소매점 등 소비자 채널에서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드불 등 거대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와 레쓰비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밀키스와 레쓰비의 블라디보스토크 내 판매채널 입점률은 90%에 달한다. 주요 관광지인 아르바트 거리 소매점이나 티코 등 편의점형 점포 외에도 수 블록 떨어진 주택가의 소형 슈퍼마켓, 그리고 거리의 매점형 점포에서도 밀키스와 레쓰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냉장쇼케이스가 아닌 온장고에서만 판매되고 있었다.
오 책임은 “러시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대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어지간한 마케팅으로는 매대 중앙을 차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핫식스의 (밀키스·레쓰비) 판매채널 침투율은 20% 수준”이라면서 “올해 6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공룡과 어깨 나란히… 밀키스·레쓰비의 힘
러시아는 거대한 크기에 맞게 지역별 시장 구분이 명확했다. 모스크바를 비롯한 서부지역은 로컬 제품과 유럽 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있으며, 연해주 등 극동지역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제품이 시장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마그니트 등 대형 신유통 채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추세다. 모스크바와 사할린,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역시 과거 지역색이 사라지고 글로벌 주요식품사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밀키스가 러시아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1990년이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18개월간 수출이 중단됐던 밀키스는 수출이 재개된 2000년 이후 세분화되고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극동 지역 시장을 공략했다.
전승훈 책임은 “추운 나라 특성상 과일에 대한 수요를 음료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러한 점을 공략해 딸기·메론·파인애플·사과 등 다양한 플레이버 제품을 출시하며 연 평균 50%대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밀키스의 맛과 디자인을 따라한 현지 미투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키스는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만 8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레쓰비 역시 밀키스의 뒤를 밟으며 성장하고 있다. 2005년 처음 러시아에 건너간 레쓰비는 밀키스와는 달리 고배를 마셨다. 국토의 대부분이 한대·냉대 기후인 러시아에서 아이스 커피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초기 온장고 지원을 통해 ‘어디서나 따듯하고 쉽게 마실 수 있는 캔커피’를 강조해 시장에 침투했다.
이같은 마케팅은 주효했다. 2005년 15만 달러 수준이었던 수출액은 2006년 99만 달러, 2010년 212만 달러로 늘어나다가 2012년 656만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글로벌 브랜드 네슬레, 현지 업체 자오에 이어 3위었던 시장 점유율도 82%까지 끌어올렸다. 레쓰비의 기세를 막지 못한 네슬레는 러시아 시장을 포기했고, 자오는 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전 책임은 “현재 글로벌 음료 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양분하고 나머지 로컬·저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에서만큼은 롯데칠성음료가 글로벌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브랜드와도 경쟁할 수 있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