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근무 의사 "인력은 부족하고 의약품 허가 관리도 허술"

식약처 근무 의사 "인력은 부족하고 의약품 허가 관리도 허술"

강윤희 임상심사위원 1인 시위, “인력 부족에 관리도 허술” 지적

기사승인 2019-08-16 10:30:38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가 “식약처가 환자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운영 실태를 폭로했다. 또 이러한 내용으로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한 것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16일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종양약품과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대한의사협회의 인터넷 방송 ‘KMA TV’에 출연해 이같이 전했다. 의사협회는 해당 영상을 유튜브 등에 게재했다.

이날 강윤희 위원은 먼저 개발 중인 약의 임상시험계획서를 검토하고, 임상시험 중 발생한 약물 부작용 정보를 검토하는 일에 필요한 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2년 3개월간 식약처에서 임상심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 의사는 총 14명이고, 2명은 육아휴직자라 실질적으로 일하는 의사는 12명이다”라며 “지난 8일 식약처가 임상시험 5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했는데, 거기서도 임상시험계획서 검토 단계에서만 26명의 의사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인력은 계획서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정보 검토 등 추가적인 일들을 더 해야 한다. 본인들(식약처)이 그렇게 발표를 했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FDA는 계획서 검토에도 의사가 투입되고, 의약품 허가를 검토하는데도 의사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FDA 근무자에게 몇 명의 의사가 있냐고 물어보니 셀 수가 없다고 하더라. 500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의사 인력을 충원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변명이다”라며 “의사 채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 식약처의 우수 인력 채용 사이트에만 공고문을 올렸기 때문인데, 어떤 의사가 그 사이트를 보겠느냐. 의사 채용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채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 “외부 전문인력을 통해 보강하겠다고 하는데, 외부 자문단은 이해충돌이 있어서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부 전문인력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제3의 전문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식약처의 허술한 의약품 안전성 관리 실태를 공개하며, 이들이 환자 안전에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강 위원은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환자 안전에 관심이 없는 기관의 모습을 여러 차례 봤고, 내부에서 의견을 많이 제기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 마지막 방법으로 실상을 알리고 그만두면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했다”라며 “이에 지난 7월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허가를 내준 이후 안전성 관리(PSUR), 개발 중인 약의 안전성 관리(DSUR)가 너무 부실하다”며 “허가 후, 개발 중인 의약품 모두 정기적으로 안전성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데, 이것들을 하고 있지 않다. 정상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불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의약품) 허가가 나는 원인 중 하나가 임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사수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의약품 허가 부분에 거의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1인 시위 후 식약처의 답변이 ‘협박’에 가까웠다고도 했다. 그는 “3주간 1인 시위를 했지만 식약처는 꿈쩍도 안 한다.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고, 다음 주에도 1인 시위를 하면 휴가 결제를 취소하겠다고 했다”며 “이번 주에는 감사담당관으로부터 두 번의 조사를 받았다. 심리적인 압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실 식약처의 문제에 대해 의사들만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약사 그룹, 제약회사, 언론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번 시위가 잠깐의 이슈로 그치면 안 된다. 식약처가 조직의 이름에 합당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줄 수 있는 결과까지 갔으면 한다. 많은 의사, 동료, 가족들의 응원이 있어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식약처는 이에 대한 강 위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FDA와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FDA는 직원 수 자체가 만 명이 넘고, 식약처는 식품 분야까지 포함해 1700여명 정도”라며 “특히 미국은 임상의들이 기관으로 많이 가지만 우리는 의사들이 지원을 안 한다. 식약처 연봉과 현장에서 벌 수 있는 수익간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의사 채용 전문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내는데, 그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 신문을 통해 공고를 내야 하는가”라고 호소하며 “외부 자문단을 통해 이해관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식약처는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기 전 확인절차를 밟는다. 서약서도 받고 있고, 관계가 있으면 배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안전성 정기보고 관련, 현재 선택적으로 보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시험 5개년 발전계획에 정기보고를 강화하겠다는 부분을 넣었다”며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의사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전문적 검토가 필요할 땐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자문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강 위원은 계약직원이지만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받으며 식약처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위치에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 외부에 내부 업무 상황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절차가 있고, 이를 고지한 것일 뿐이지 명예훼손 등의 협박은 일방적 주장이다”라고 해명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