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인턴십, 정당한 참여”…학계 “연구실 고교 인턴? 금시초문”

조국 “딸 인턴십, 정당한 참여”…학계 “연구실 고교 인턴? 금시초문”

기사승인 2019-08-27 06:00:00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 조모(28) 씨의 고교 시절 인턴십 프로그램과 논문 제1 저자 등재에 대한 의혹이 명확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얻은 성과라는 입장이다.

조씨는 서울 강동구 한영외고 해외대학진학반(OSP)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8년 충남 천안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으로 활동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인 장영표 교수를 책임저자로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논문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이 이력을 지난 2010학년도 고려대학교 세계선도인재전형 신입생 선발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

조씨는 이듬해인 지난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충남 공주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김 모 교수가 진행한 인턴십에 참여했다. 이후 해당 연구실이 국제조류학회(Phycologia)에 제출한 논문 초록에 조씨의 이름은 제3 저자로 등재됐다. 조씨는 연구진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동행해 영어로 된 요약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씨가 참여한 단국대 인턴십을 한영외고의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주대 인턴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활동이 인정돼 같은 해 8월2일부터 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인턴십은 당시 한영외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장 교수가 주관한 프로그램이었다. 한영외고 입학홍보부는 “지난 2008년 당시 학교의 제도나 운영하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현재 교직원이 잘 모른다”며 “다만 모든 프로그램은 교육청에 보고 후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역시 학교 차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단국대 대외협력처 홍보팀은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고등학생 인턴이 필요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교수 개인이 임의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된 사실이 없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밝혔다. 

‘대학 연구실 인턴’이라는 교외 활동 자체가 생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입시전문 학원 강사 이모 씨는“학생들의 입학사정관 전형 자기소개서에 고등학생들끼리 경쟁하는 논문대회나 교내 논문대회 참여 실적은 종종 등장한다”면서도 “대학 연구실에서 낸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스펙을 가진 학생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교생의 대학 연구실 인턴 참여에 대해 “평범한 학생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기회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순봉 전북대 전염병연구소 교수도 “고등학생을 견학이나 참관 차원에서 연구실에 들이는 경우는 있지만 ‘인턴’이라고 부른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숙련된 연구자들만 연구실 실험 기기를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다”며 “성실성이나 지식의 유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논문 제1 저자로 조씨의 이름이 등재된 사실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제1 저자는 논문 작성과 실험 설계 및 진행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한 연구자다. 제3 저자는 분석 및 통계자료 등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논문에 기여한 사람이다. 황 교수는 “논문에 이름을 올리려면 관련 분야의 논문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배경지식을 이용한 가설 수립, 실험과 검증이 생명과학 연구의 기본이다.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맡을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씨의 인턴십 및 논문 작성 활동에 대해 공주대와 단국대는 각각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들이 등재된 지 10년 이상 지나 당시 연구 과정과 관련된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학교 측이 논문 저자들 모두와 당사자 조 씨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일정 조율이 필요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조 후보자는 딸의 입시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자세히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인턴십 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지도교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가 마련한 정당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해 평가를 받은 점에 대해 억측과 오해가 없길 바란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여야 간사 회동을 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내달 2∼3일 이틀 동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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