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지소미아 없어도 韓·日 ‘절교’ 아냐…교류 ‘대체재’ 있다

백색국가·지소미아 없어도 韓·日 ‘절교’ 아냐…교류 ‘대체재’ 있다

기사승인 2019-08-28 06:00:00

일본의 무역보복에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응수했다.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백색국가, 지소미아와 중복되는 효력을 지닌 국제협약들이 있어 양국 교류에 치명타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28일 발효됐다. 이 조치로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략물자 1120개 중 무기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한 수출허가 처리기간이 최대 90일까지 늘어난다. 허가 유효기간도 3년에서 6개월로 줄어든다. 백색국가는 일본의 무역 우대국가 명단으로, 일본 기업은 해당 국가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허가 심사를 면제받는다.

지난 22일에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를 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 경로가 좁아지며 “지난 1965년 수교를 재개한 이래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과 관련된 2급 이하 군사비밀을 공유한다는 내용의 협정으로 지난 2016년 11월 체결됐다. 

백색국가 제외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백색국가와 지소미아 각각 효력이 상당 부분 중복되는 협약들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를 체결하기 이전부터 한미일정보공유협정(TISA)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안보 협력을 해왔다. 지난 2014년 12월 체결된 TISA는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비밀정보를 구두, 시각, 전자, 자기 또는 문서를 포함하는 어떤 형태로든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협정에는 한일 각각에게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일 3국 공조로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인 만큼 지속성이 강한 협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장기적으로 한일 안보 교류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소미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교류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군사비밀은 2016년 1회, 2017년 19회, 지난해 2회, 올해 7회 등 2년 9개월간 총 29차례에 불과했다. 또 해당 협약은 TISA와 체결 목적이 ‘대북 안보 협력’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파기 이후로도 정보 교류의 경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자율준수기업’(Internal Compliance Program·ICP) 제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CP기업은 일본경제산업성이 인증한 전략물자 수출 자체규정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수출절차가 간소화되는 ’특별포괄허가‘를 적용받는다. 우리 기업은 일본 측 거래처가 ICP라면 백색국가와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ICP기업은 632곳이며 우리 정부는 공개되지 않은 곳까지 총 1300여개 ICP기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기업은 백색국가에 준하는 조건으로 일본 기업과 무역을 지속할 전망이다. 김일경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북방팀 차장은 “백색국가에 적용되는 ‘일반포괄허가’와 ICP기업에 적용되는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사실상 효력이 동일한 우대조치로 볼 수 있다”며 “두 제도는 우대조치 유효기간 3년, 허가 처리기간 7일 등 세부조건도 같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일본 기업은 ICP에 해당한다”며 “백색국가 제외조치가 우리 기업을 중대한 위기에 빠트리지는 않을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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