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개인정보의 판매와 공유 허용하는 개보법 개악을 당장 중단하라.”
시민단체의 일갈이다. 29일 오전 9시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금융정의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하는 ‘개인정보보호법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보법안과 관련해 주최 측은 “의원입법 형식을 취했지만 당정협의를 거친 사실상 정부안”이라며 “공청회 등 국민의 정당한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개정안 내용에 개인정보보호의 기본원칙마저 훼손하는 내용이 다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시민사회는 “빅데이터의 활용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데이터 활용에는 반드시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정보주체의 신뢰 없이는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연구라는 미명하에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건강정보, 신용정보를 포함한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권리는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포털, 통신, 금융, 보건의료 등 영역을 불문하고 기업 간에 개인정보를 판매, 공유, 결합할 수 있게 되며, 한번 제공된 개인정보는 폐기 되지 않고 계속 활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고, 다른 개인정보를 연결하는 핵심키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도 재식별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그 위상을 현재보다 격하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활용을 합리화하는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며 “민감한 개인정보인 신용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금융위원회에 감독 권한을 두고 있어 감독기구 체계화 일원화라는 법안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의원안에 담긴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인권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해 가명정보의 활용 범위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규정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또 국제적 기준에 비춰 개정안의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다원성이 부족하고 조사 및 처분 권한이 미흡한 것에 대한 보완을 권고했다.
관련해 지난달 한국을 방문 조사한 조셉 카나타치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사 및 예산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체계는 혁신과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발전 과정에서, 특히 신규 경제 분야에 진출하거나 신규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에도 법적으로 불확실한 부분 없이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인보호 기본체계를 엄격히 준수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시민사회는 “의원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며, 행안위가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의 조화라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