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대기자의 스페셜 인터뷰] 부인암 로봇 복강경 수술 전문 백지흠 교수

[이기수 대기자의 스페셜 인터뷰] 부인암 로봇 복강경 수술 전문 백지흠 교수

기사승인 2019-09-06 14:00:00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 백지흠 교수(산부인과)가 최근 부인암 진단을 받은 가임기 젊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아주대병원의 강점은 수천 건의 복강경 수술 노하우와 로봇수술 경험을 토대로 환자 맞춤 치료를 도모하는 데 있다. 특히 부인암 치료 쪽에 단일공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병원 산부인과 백지흠 교수는 부인암 절제 단일공(單一孔, 한 구멍) 복강경 수술 및 로봇수술 전문가다. 특히 부인암 환자를 대상으로 배꼽 안쪽으로 1.5㎝ 길이의 구멍을 만들어 그 틈으로 내시경 기구를 넣어 수술을 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 쪽에 경험이 많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의 미용효과와 자궁내막암 치료 효과를 검증한 연구결과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등 국내외 학술대회와 국제학술지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 현재 아시아부인과로봇수술학회 사무총장, 미국부인종양학회 학술위원, 국제부인암학회 영상논문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 교수에게 부인암이 왜 생기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먼저 부인암과 여성암의 차이부터 설명해 달라.
“말 그대로 여성에게 생기는 암이 여성암이다. 보통 남성암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부인암은 여성암 중에서도 생식기관에 발생하는 암만 따로 묶은 명칭이다. 흔히 자궁암으로 불리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난소암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다. 남자는 79세까지 5명 중 2명(38.3%), 여자는 85세까지 3명 중 1명(33.3%)꼴로 암에 걸리고 있다. 미국(남자 39.7%, 여자 37.6%)과 비슷한 추세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연례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신규 암 진단 환자는 총 22만9180명이었다. 이중 46.7%(10만9112명)가 여성암 환자였다.

 

남녀를 통틀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지만, 여자의 경우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많았다. 부인암은 그 후순위였다. 자궁경부암 진단자는 3566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3.3%, 자궁내막암과 난소암도 각각 2771명(2.5%) 2630명(2.4%) 선에 머물렀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변화는 종합건강검진과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이 감소하는 반면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자궁내막암은 고령인구 증가와 더불어 발생률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은 어떤 암인가?
“자궁의 입구인 경부(頸部)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궁경부암의 약 95% 이상은 우리가 흔히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라고 알고 있는 HPV 감염으로 시작된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약 80%가 평생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아주 흔한 병원체다. 다만 감염자가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감염 후 암으로 진행되기까지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주 증상은 질 출혈이다. 따라서 폐경 후 하혈, 성교 후 출혈, 생리 사이의 비정상적인 출혈(부정출혈) 등 평소와 다른 양상의 질 출혈 발생 시 가까운 산부인과를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궁내막암도 HPV 감염과 관련이 있나?
“아니다. 자궁내막암은 HPV 감염과 관련이 없다. 자궁내막은 임신에 성공하면 수정란이 착상되는 곳이다. 임신이 안 될 경우 내막이 떨어져 질 밖으로 배출된다. 바로 월경, 즉 생리현상이다.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되면 이 내막이 두꺼워지고, 암으로 변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이 생기는 이유다. 결국 생리를 많이 할수록, 다시 말해 에스트로겐 노출이 빈번할수록 내막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초경이 빨랐던 여성, 폐경이 늦은 여성, 한 번도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 비만한 여성은 조심해야 한다. 경부암과 마찬가지로 부정출혈이 있을 경우 즉시 산부인과를 방문, 초음파 검사와 자궁내막 조직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55~65세 때 발견된다.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 등과 같은 위험인자가 자궁내막 세포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자라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궁암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자궁경부암은 속칭 면봉검사로 불리는 질 세포진 검사와 질식 초음파검사, 자궁내시경 검사 등으로 걸러낸다. 자궁내막암 역시 질식 초음파검사로 자궁내막의 모양과 두께를 관찰하여 이상소견이 보이는지 확인하고,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궁내막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자궁내시경 검사를 추가한다.
 

-자궁암과 달리 난소암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들었다.
“그렇다. 난소암은 병이 상당히 깊어질 때까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나 신체 변화가 없다. 초기에 증상이 있다고 해도 복부 팽만감, 월경 불순, 변비, 빈뇨 등 애매하고 비(非)특이적 증상이 대부분이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 10명 중 7명이 3기 이상으로 암이 진행된 뒤에야 발병 사실을 알게 될 정도다. 자궁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발이 잦고 사망률도 46%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발병 초기에 난소암을 의심, 걸러낼 수 있는 검사 방법이 없다. 혈액 내 난소암 수치를 측정하는 종양 표지자 검사, 질 초음파 검사 등을 해봐도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건강검진 때 초음파 검사 상 난소에 혹 같은 것이 비치면 3∼6개월 정도 간격으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상책이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와 가임 연령에서 난소에 종양이 있을 경우 물혹이라고 불리는 ‘기능성 낭종’일 가능성이 높고,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수개월 안에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 난소에 혹이 보이면 상대적으로 악성일 가능성이 높아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난소암의 원인은?
“90%는 배란 과정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난소암은 배란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팔관과 난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암이다. 배란을 많이 할수록 발병위험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다달이 배란을 하는 가임기 때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그만큼 배란 횟수가 줄어 난소암 위험도 낮아지게 된다.

 

나머지 약 10%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연구결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정상 유전자를 가진 여성보다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10여 년 전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가 있다는 이유로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암 예방목적으로 절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암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물론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발견이 되면 어떤 부인암이든 수술 치료가 원칙이다. 암의 종류, 공격성,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더하기도 한다.

 

수술도 이제는 피부 절개 범위가 커서 큰 흉터가 남고, 회복 기간도 긴 개복수술보다는 미용효과가 뛰어난 복강경 수술과 수술 시 좁은 골반 안에서 수술기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로봇수술을 많이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혹이 여러 개고 너무 크거나 위치가 나빠서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어려워 개복을 해야 하거나 자궁을 전부 들어내야 하는 자궁 근종이나 난소암의 경우에도 로봇수술을 이용하면 가능한 한 자궁과 난소를 건드리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 최소 상처 수술로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회복도 빠른 이점이 있다.

 

복강경 수술 역시 최소 침습(상처) 수술법으로서 부인과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단일공(한 구멍) 복강경 수술은 창을 3개 이상 만들어야 했던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달리 배꼽 안쪽에 한 개의 구멍만을 열고 시행하는 방법이어서 인기를 끈다.

 

한 구멍을 열 때 배꼽 안쪽으로 피부를 1.5㎝ 길이 정도만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후 외관상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개복술이나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하여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통증이 적고, 피부 절개 부위 감염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도 적다.

 

일반 부인과 질환인 자궁 근종과 양성 난소 종양의 제거는 물론 자궁절제수술에서부터 부인암 제거수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 백지흠 교수(가운데)팀이 부인암 절제 로봇 복강경 수술을 집도하고 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여성들은 아무래도 수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더 매력을 느낄 것 같다.
“기왕이면 수술 상처가 작기를 바라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같다. 부인과를 찾는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다.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은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최대 15배까지 확대되는 특수 카메라를 활용하고, 입체적으로 환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운데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또한 540도 회전되는 로봇 팔을 이용, 손 떨림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어서 수술 정확도가 높다.”
 

-다빈치 로봇수술은 일반 부인과질환 치료에도 적용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암이 아니더라도 자궁근종처럼 크기가 크거나, 수술하기 어려운 위치에 혹이 존재하고, 다발성으로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자궁을 전부 들어내야 하는 수술이 필요할 때도 로봇수술을 이용하면 개복을 하지 않고 자궁도 보존하는 길이 열린다.

 

난소에 양성종양이 생겨 수술이 필요한 가임기의 젊은 여성 또한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난소의 상처를 최소화하여 수술 후 난소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로봇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 합병증이 줄고, 회복 속도도 빨라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자궁과 난소를 지켰으니 추후 임신 출산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겠다?
“그렇긴 하다. 실제 암 수술 후 임신에 성공, 2세를 가진 부인암 생존자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가임력을 보존하는 치료는 대부분 암의 초기 단계에서만 가능하다. 당장 임신 계획이 없다면 수술 전 난자를 미리 채취, 동결 보존하는 등 재발이나 치료 실패 시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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