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일까, 노동자일까” 애매한 ‘배달원’ 보호대책도 부족

“자영업자일까, 노동자일까” 애매한 ‘배달원’ 보호대책도 부족

기사승인 2019-09-05 06:00:00

배달서비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륜차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업 종사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3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서울지역에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지난달 31일까지 6404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9%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6.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륜차 사고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경찰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대중화를 꼽았다. 주문배달 문화가 확산되며 이륜차를 이용하는 배달원의 수가 증가했고, 업자들간 경쟁이 과열되며 배달 시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오는 10월 말까지 2달 동안 헬멧 미착용, 끼어들기 등 이륜차 위험운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 경찰은 배달원과 고용주 상대로 안전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배달업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여전히 많은 배달원들이 산업재해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의 특례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 유형 9개(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퀵서비스원, 대출모집원, 신용카드회원 모집원, 대리운전원) 가운데 ‘퀵서비스원’으로 인정되려면 배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퀵서비스원으로 인정되려면 일정한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해 전체 소득 중 과반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복수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능하다.

배달원들이 시중 보험상품에 가입을 한다해도 이용하기에는 높은 보험료가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7월 연 기자회견에 따르면 20대 기준 배달원의 시중 보험사 보험료는 최대 1800만원으로 책정됐다. 기본 보장만 되는 책임보험도 400∼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대부분 라이더들은 오토바이 리스비(대여비)로 고정 비용을 지출하는데, 여기에 높은 보험료까지 더해진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이더는 당연히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여겨 사고 위험과 피해를 혼자 감당하는 라이더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달 건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임금체계도 사고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배송대행 업체들은 ‘일을 한 만큼 수익 올릴 수 있다’며 배달원을 모집한다. 건당 수수료로 보수를 지급받는 배달원들은 더 많은 배달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인도주행 등 위험운전을 감수한다. 유명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건당제 배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모(24)씨는 “콜(주문 전화)을 많이 잡으려면 무조건 속도를 내야 한다”며 “교통 신호를 모두 준수하며 배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 하는 배달원은 새롭게 등장한 노동형태다. 관련 법률이나 제도적 장치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며 “자영업자와 노동자 성격 모두를 가지고 있어서 기존의 노동자 보호 체계에 끼워 넣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노동자 보장체계는 사용자가 납부한 돈으로 운영되는 산재보험과는 별도로 조성해야 한다”며 “관계부처, 플랫폼 사업자, 노동자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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