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간다…자발적 '혼명족' 증가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간다…자발적 '혼명족' 증가

기사승인 2019-09-13 06:00:00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최모(33)씨는 올해 추석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 교통체증부터 가족·친지들의 결혼 성화까지, 연휴에 맞닥뜨려야 하는 모든 일이 스트레스라는 그는 오래전부터 이 기간에 맞춰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최씨는 “화상통화가 가능한 시대다. 명절에 가족들 얼굴 못 본다고 평생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나만의 행복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줄여 ‘혼명족’ 혹은 혼자 추석을 보낸다는 의미로 ‘혼추족’이라 부른다. 대다수 혼명족은 ‘자발적 명절 보이콧’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다시 말해 고향에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간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7일 직장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성인 남녀 2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9.8%가 “올해 추석을 혼자서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추석을 혼자 보낸다는 답변은 남성(22.4%)이 여성(17.3%)보다 더 많았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도 결과는 비슷하다. 미혼남녀 총 416명(남성 204명, 여성 2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1%가 “이번 추석 연휴에 귀향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로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쉬고 싶다’(32.7%)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명절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돼서’(19.4%),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15.6%), ‘여름휴가를 못 다녀와서’(12.8%) 순이었다. 

이처럼 혼명족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 짧은 연휴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1인 가구가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주의에 기반한 사고와 생활 방식 확대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1인 가구이자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정모(36·여)씨는 “결국엔 내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의 행복도 있는 것 같다.”면서 “만나서 스트레스받느니 추석을 각자의 재충전 기회로 삼는 게 가족 모두에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대가 변한 만큼 명절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변해가는 사회상과 다르게 여전히 경직된 명절 분위기도 혼명족 증가에 가속화를 불러오고 있다. 명절 내내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해야 했다는 김모(29·여)씨는 “끼니때만 되면 친척들 먹을 밥을 차리고 치워야 하는 게 이해되질 않는다.”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무조건 혼자만의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토로했다. 성모(28·여)씨 역시 “명절 준비는 결국 여자들만의 일이 됐었다.”며 “이런 상황을 계속 보느니 명절에 혼자 있는 게 낫다는 결심이 섰다.”고 털어놨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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