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싱크탱크인 여시재가 원격의료나 의료전달체계 등 보건의료 정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시재는 디지털도시 및 미래도시 연구의 일환이자 ‘건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한다. 디테일은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설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의료’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의원회관내 회의실에서는 매일 여러 토론회, 포럼, 심포지엄이 열리고, 그중에 보건의료 분야 행사의 비중이 많아, 행사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토론회 주최가 여시재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였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여러 보건의료 이슈 중에는 첨예한 사안이 상당수였다. ‘원격의료’나 의료전달체계 등 현재 관계부처가 진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둔 여러 정책이 다뤄졌다. 특히 원격의료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총괄해 추진 중인 규제특구에서의 실시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때문에 예민한 보건의료 사안이 여시재 주최 행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간 관련 이슈를 다룬 주체는 정부나 사용자 및 가입자 단체 위주였기 때문이다. 또 여시재의 주력한 분야도 국제·통일·외교 분야로 보건의료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시재가 의료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시재포럼부터다. 전체 포럼에서 일부 화두를 던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깊숙한 개입 혹은 패러다임 제시 의도가 엿보인다. 핵심은 ‘왜’이다. 이보다 막대한 자본력과 맨파워를 자랑하는 여시재가 왜 이제야 보건의료 분야를 다루기 시작했을까.
실무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시재의 이명호 솔루션 디자이너는 “여시재의 화두 중 하나는 ‘건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자연, 사회, 인간과의 건강한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몸도 질병 상태로 가기 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상세한 설명은 차치하고 결론만 정리하면, ‘이상적인 의료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차 의료기관 강화를 위해 기존에는 일차 의료기관이 지역사회와 밀착해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습니다만, 이런 방식으로는 사람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일차의료기관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대형병원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직 여시재의 복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다만, 국회 복지위원들과는 일정정도 공감대가 있다는 게 여시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여시재는 지속적으로 보건의료, 나아가 복지 정책에 대한 어젠다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