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사건의 항소심에서도 핵심은 댓글조작기계 ‘킹크랩’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일명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 씨는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에서 담당하는 김 지사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직접 해줬고, 김 지사가 기계를 유심히 살펴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묻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킹크랩이 구동되는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김 지사가 뚫어지게 봤다”면서 “당시 이런 것들을 우리가 준비해서 대선을 준비하겠으니 최종결정을 해달라는 내용의 설명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킹크랩을 보여주는 과정 중 허락을 구한 것 같다. 그때가 제일 중요한 시기였다”면서 “김 지사에게 ‘문제 생기면 감옥가겠다’고 하자 ‘이게 무슨 감옥에 갈 거냐. 정치·도덕적인 거지’라고 하기에 법리적인 것에 밝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반면 드루킹의 증언에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결코 없다. 한두 번 본 사람들과 불법을 공모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오히려 ‘김 지사가 시연을 봤고, 킹크랩 개발을 허락했다’는 식으로 드루킹 일당이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김 지사의 변호인들은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 모 씨에게 시연을 지시한 시점에 대한 진술이 계속 바뛰는 점이나 드루킹과 측근들의 말이 엇갈리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드루킹은 “3년 전 일인데 2∼3일 전인지 1주일 전인지가 크게 다르냐. 한 번만 지시한 게 아니니 헷갈릴 수 있다”는 등으로 답하며 빠져나갔다.
이 외에도 드루킹은 2017년 11월 김 지사와 만났을 때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돕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김 지사가 ‘이재명을 떨어뜨려야 하니 경기도지사는 야당이 가져가도 되지 않느냐’며 ‘남경필 전 지사를 밀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얘기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메시지를 더 명료하게 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권 박탈과 경찰 수사권 독립'을 제안했고, 이를 들은 김 지사가 ’검찰 수사권 박탈은 너무 강한 메시지 아니냐‘고 말하는 등 상의도 함께 했다고 주장을 더했다.
한편 수사기관을 향해서는 “특검도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까봐 제 진술을 다 덮었다”거나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김경수 지사와 연관된 증거를 인멸했다”는 등의 말과 함께 경찰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