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이후 수차례 자살을 시도한 A씨. A씨는 자신이 경험한 끔찍한 기억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A씨가 여성 활동가로 재기하기 까지는 여성단체 활동가의 오랜 설득이 있었다. 단체와 연계된 성폭력 및 자살 예방 상담은 A씨가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정신과 상담 등 당사자의 적극적 조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관련 정책 시행으로 자살 예방 기관 등에 대한 인지율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 및 편견이 부담스러워 해당자들의 전문가 상담은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 인식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치솟으면서부터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갖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의 적극적 예방 조치로 2011년 이후 자살률은 점차 줄고 있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자수는 -4.8%, 자살사망률은 -5.0% 감소했다.
비록 과거보다 줄었다지만, 2017년 연령별 3대 사망원인 중 자살은 10~39세에서 1위, 40~59세에서도 2위를 기록하는 등 전체 자살률 수치는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자살시도는 자살사고, 자살계획, 자해 등과 비교해 실제 자살과 가장 근접한 행동으로 규정한다.
이런 이유로 자살시도를 예방하는 것은 자살의 바로 전 단계를 예방하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자살시도 예방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때문에 이번 자살실태조사에서 자살 사고가 있는 사람 중 전문가 상담을 받은 경험은 2013년 11.2%에서 2018년 4.8%로 감소했다는 점은 여러 시사점을 갖는다.
전문가 상담을 받지 않은 이유로 2013년에는 ‘주변 전문가나 기관을 모른다’는 답변이 11.5%였지만, 2018년에는 2.5%로 큰 폭으로 줄었다. 정리하면 자살 관련 전문가나 기관을 더 잘 알고 있지만, 주변 시선의 부담이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이 여전하여 전문가 상담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말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