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티딘 사태’에 제약업계 ‘제2발사르탄 사태’ 우려

‘라니티딘 사태’에 제약업계 ‘제2발사르탄 사태’ 우려

“귀책사유 없음에도 제약기업 가해자로 모는 패턴 불합리”

기사승인 2019-10-02 02:00:00

정부가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잠정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한 것을 두고 제약업계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6일 ‘라니티딘’ 성분의 의약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에서 NDM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라니티딘은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다. 이에 식약처는 관련 의약품의 잠정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시켰다. 처방도 제한하도록 조치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A 등급의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에서도 검출돼 큰 논란을 일었다.

업계는 자칫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비화돼 모든 책임이 제약사로 향할 것을 우려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교환에 따른 공단부담 손실금 납부 고지 안내문을 총 69개 제약사에 발송했다. 구상금은 21억원 규모.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선제적으로 의약품을 회수하고 규정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국민보건을 이유로 과도하고 강경하게 회수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 피해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기업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해당 약에 대해서 암을 유발하는 약이라고 낙인찍고 있다”며 “NDMA의 기준치를 초과하는 양이 검출됐다는 것일 뿐이다. 암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과학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면서 “식약처에서 정해준 절차와 기준에 따라 약을 생산했을 뿐인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인 양 가해자로 모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사전에 거를 조치가 없었을 뿐이다. 과도한 행정처리로 인해 불안감을 높이고 제약기업을 가해자로 모는 패턴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반 국민에게 제약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앞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해 제약사로 구상금을 청구한 것처럼 이번에도 제약사에게 책임을 돌릴 것으로 보여 억울하다. 현실적 비용도 문제지만 신뢰성 문제도 크다”고 주장했다. 

NDMA 검출이 ‘라니티딘’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윤영철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장은 “NDMA가 다른 약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도 후보물질이 언급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유통되는 기존 약들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NDMA 검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회장도 “NDMA를 어느 정도 섭취했을 때 문제가 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어느 정도 섭취하는 것까지는 괜찮다는 국제적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 전 세계 제약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기재되지 않은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에 약의 판매 정지 처분은 당연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느 정도의 발암성을 가지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의 고충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개국 약사들은 발사르탄 사태를 겪고 난 이후라 상대적으로 덜 한 느낌은 있지만, 재처방에 따른 행정력, 손님에 대한 민원, 심리적인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라니티딘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가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144만3064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80만명은 10일 이내 단기복용 환자로 알려졌다. 문제 사실을 환자에게 왜 고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환자에게 개별 고지하면 현장에서의 혼란스러움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해 고지를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장기복용환자에 대해서는 추후 안내할 수 있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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