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언급 이후 검찰이 신속하게 개혁안을 내놨다. 일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모양새이지만, 복잡한 속내가 감지된다.
대검찰청이 1일 발표한 자체 개혁안에는 특수부 폐지와 파견검사 즉시 복귀 등의 조치가 담겨있다. 앞서 대검은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은 직후 특별한 입장 표명이 없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자체 개혁안을 내놓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다.
이를 두고 서초동에서는 청와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검찰 스스로 입장을 표명,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윤석열-조국 간의 수 싸움이란 말이다.
또 대검이 법무부와 별개로 개혁TF를 꾸리고 주도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이미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도 법무부가 법무부와 대검은 각각의 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서로 다른 개혁안을 발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과제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간의 물밑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윤 총장을 위시한 검찰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하다. 돌아오는 주말에도 서초동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검찰이 과연 청와대-법무부-국민의 요구를 외면할 수 있을지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조 장관 관련 수사 향방이 작금의 싸움에 대한 검찰의 입장으로 비쳐질 수 있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