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침을 변경, 부동산과 헤지 및 사모펀드 투자 등 리스크가 큰 위험투자를 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가 일고 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7월16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자금운용을 혁신”하겠다고 밝혔었다. 건보공단은 이날 ‘자금운용위원회’를 구성, ‘자금운용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건강보험 중장기 자금목표 수익률 상향, 기존의 확정금리형과 실적배당형 등 투자 상품별 자금운용에서 채권·주식형펀드·대체투자 등의 자산군별 투자방식으로 확대, 투자허용범위 변경’ 등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앞으로 건강보험을 부동산투자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수 있으며 위험성이 높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공단은 수익률 향상 효과를 내세우지만, 손실 발생 위험도 적지 않아 이러한 결정을 공단이 임의로 내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건강보험 자금은 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보고나 공시의무를 갖지 않는다. 현재 투자전략 변경도 지침 개정만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지적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안전장치를 갖춘 것과 달리 건보는 이러한 보호 장치가 없어 공단의 자의적 운용에 따른 손실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간자금운용계획 원안에서 기대수익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1.96%, 장기요양보험은 1.86%이었다. 변경된 안에서 기대수익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2.18%로 상향조정됐다.
이는 중장기 자금 기대수익률 변경에 따른 것인데, 그전까지 건강보험 중장기 자금은 확정금리형, 실적배당형 투자로 운용돼 왔다. 중장기투자는 자산손실의 위험이 적은 채권자산군에 투자하는 방식이었고, 기대수익율은 1.95%~2.20%이었다. 변경된 안에 따르면 중장기 자금 투자가능 상품군에 주식과 대체투자가 추가되었고, 주식은 기대수익률 5.99%, 대체투자 4.33%로 기존 기대수익률에 비하여 대폭 상승되었다.
윤소하 의원은 기대수익률과 함께 위험도도 상승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원안에서 표준편차는 중장기 자금의 경우 0.31%이었는데, 변경 안에서는 0.50%로 대폭 상승하는 것이 근거다. 이는 주식투자 표준편차 12.13%, 대체투자 6.05%가 새로 추가된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식투자는 기대 수익률이 5.99%로 높지만, 표준편차가 12.13%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체투자도 마찬가지. 수익률 4.33%, 표준편차 6.05%로 역시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고 윤 의원은 꼬집었다.
변경 안에 따른 주식 투자 비중은 2%, 대체투자의 비중은 4%이지만, 허용범위 최대치를 반영하면 4%, 8%까지 늘어난다. 이는 중장기 투자가능 자금 14조 원 중 주식에 4100억 원~8200억 원, 대체투자 8200억 원~1조6400억 원이 투자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현재의 투자전략과 자금운용방향만으로는 더 이상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게 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공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걱정이라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건강보험 투자 다변화 정책’도 자금운용규칙 개정만으로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17년 기존 ‘안정성·유동성 바탕 위에 수익성을 고려하여 자금을 운용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안정성·유동성 및 수익성을 고려하여 자금을 운용하여야 한다’로 개정한 것.
이와 함께 자금운용성과평가는 물론 이를 위한 성과평가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자금운용계획 상의 기준수익률, 예상수익률 역시 목표 수익률로 변경됐다. 자체운용을 원칙으로 하며 운용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만 외부위탁을 하도록 하였던 것을,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으로 변경하고, 운용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만이 아니라 ‘운용을 통하여 실적대로 수익금을 배당하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위탁운용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올해 1월에는 “공단은 운용상품과 관련하여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 및 사회책임투자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도 새로 포함시켰다.
현재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기금이 아닌 건보공단 예산으로 운영된다. 건강보험은 자체 예산이기에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만으로 운영된다는 말이다. 특히, 건강보험 준비금이 바이오헬스 분야 민간 기업 육성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시민사회는 높은 우려를 하고 있다. 7월 언론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소하 의원은 “단기자금인 건강보험 준비금으로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은 건강보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수익률을 높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의료산업 육성 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면 가당치 않다”며 “건강보험의 투자 다변화라는 이름으로 투기적 투자에 준비금을 사용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건보공단은 규칙 변경을 통한 자의적 위험투자를 중단하고, 국회와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