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법인 기업에서 여성 선임 비율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전체 2072개사의 성별 임원 2만9794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 4.0%, 여성 사외이사 비율 3.1%로 확인됐다. 민간에서의 ‘유리천장’은 여전한 것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에 기업의 성별 임원 현황을 조사·공표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이 신설된 이후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최초로 조사한 결과다.
올해 1분기에 상장법인 전체 임원 수의 2만9794명 중 여성 임원은 1199명(4.0%)이었다. 2072개 기업 중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의 수는 665개사(32.1%)였다.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등기임원은 1만2370명(41.5%)이고, 미등기임원은 1만7424명(58.5%)이었다. 여성 비율은 각각 4.0%로 나타났다.
등기임원 중 사내이사는 8389명(67.8%), 사외이사는 3981명(32.2%)이었는데, 사내이사 중 여성 비율은 4.4%였다. 특히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3.1%로 기업의 외부 여성 전문가 활용도 저조했다. 임원의 직위를 보면, 전무 이상 임원 중 여성은 264명(3.5%)이며, 상무이사 중 여성은 536명(4.1%)이었다.
산업별로 보면 전체 2072개 기업 중 제조업이 1295개(62.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정보통신업 225개(10.9%) ▲금융·보험업 163개(7.9%) ▲도매·소매업 148개(7.1%) 순이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은 ▲교육서비스업 15.1%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 9.3% ▲수도·하수·폐기물 처리·원료재생업 8.2% 순이었다. 여성 임원이 없는 산업은 광업, 숙박·음식점업이었다.
특히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 중 여성 등기임원 및 여성 사외이사 비율도 눈에 띈다. 교육서비스업은 여성 임원 비율이 15.1%로 가장 높지만,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등기임원 중 여성 비율은 2.8%로 전 산업 평균 등기임원 여성 비율(4.0%) 보다 낮았다. 사외이사 중 여성도 한 명도 없었다.
또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이 15.6%로 17개 산업 중 외부 여성 전문가 활용이 가장 활발했다. 수도·하수·폐기물처리·원료재생업은 여성 임원 전원(5명)이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등기임원인 반면, 여성 사외이사는 전무했다.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13.2%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 임원이 있는 665개사의 전무 이상 여성은 7.7%였다. 다만, 남녀 간 격차가 발견됐다. 부회장은 여성이 11.7%, 남성 4.5% 보다 7.2%p가 높게 나타났다. 부회장의 임원 임명 경로를 보면, 여성 부회장 중 오너 일가가 83.9% 이상, 남성 부회장 중 오너 일가가 37.1% 이상으로 이른바 오너 일가의 ‘낙하산’ 확률이 높았다.
전무 이상 임원의 맡은 일을 보면 남녀 모두 경영기획지원 업무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성은 70.1%로 남성 57.7% 보다 12.4%p가 높았다. 경영기획지원 업무를 맡은 임원의 임명 경로를 보면, 경영지원업무를 맡은 여성 임원의 77.3% 이상이 오너 일가였다.
이정옥 장관은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해졌지만 민간부문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별 균형이 부족할 뿐 아니라, 많은 여성인재들이 외부 전문가로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성별다양성 확보는 다양한 구성원을 통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오기 때문에 기업 내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가부가 시이오스코어에 의뢰해 6∼9월 기간 동안의 현황이 조사됐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참여 10개 경제단체와 함께 ‘의사결정 영역에서의 성별균형을 위한 조직문화 조성 방안’ 토론회를 17일에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