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110일째… “극한투쟁 안 해도 되는 세상 오길”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110일째… “극한투쟁 안 해도 되는 세상 오길”

[인터뷰] 홀로 투쟁 중인 박문진 지도위원… 노동계·종교계 연대 불구 의료원 꿈쩍 안 해

기사승인 2019-10-18 00:01:00

해직 노동자들이 복직 및 노조탄압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1일부터 시작한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의 고공농성이 18일로 110일째를 맞았다.

고공농성에 연대의 뜻을 보이는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와 부산지역본부는 영남대의료원을 찾아 수요농성투쟁을 진행했다. 연대의 뜻을 밝힌 이들은 “노조 기획탄압 진상규명”, “해고자 원직복직”, “노조탈퇴 원천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초 옥상에는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부지부장 두 명이 있었지만, 지난 15일 송 부지부장은 건강악화로 107일 만에 철수했다. 홀로 남은 박 지도위원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석달여만에 다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 지도위원은 농성 초반과 다름없이 담담한 말투였다. 그는 “가족들의 우려가 크다”면서도 “사측에 요구한 투쟁 요구 조건을 끝까지 관철할 것”이라고 말해다.  

◇ “정부·사측 공범… 노동자 극한투쟁 없어도 되는 세상오길”

- 기온이 낮아지면서 옥상 환경이 열악할텐데.

“꽤 추워졌다. 일교차도 심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

- 현재 홀로 고공농성 중이다. 

“송영숙 부지부장은 지독한 여름을 보냈다. 계속 바깥에서 버티며 극심한 일교차와 강풍에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건강이 악화돼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노조 지도부와 논의해 철수를 결정했다.”

- 본인 건강 상태는 어떤가. 

“사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지도위원이고 여러 투쟁 경험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환경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두통과 허리 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 가족과는 연락을 하고 있나.

“어머니는 내가 해외 의료봉사를 간 줄 아신다. 다른 가족과는 연락을 자주하고 있는데, 걱정을 많이 한다. 현재 혼자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려를 많이 한다.”

-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연대가 늘고 있다. 

“그렇다. 여론이 형성되고, 사측을 향한 정치적 압박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오직 단 한 곳,  사측만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연대활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영남대의료원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차 조정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측과 이견이 커 조정위원이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앞으로의 교섭이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다.”

- 병원 측은 복직카드로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 같은데, 요구조건을 끝까지 관철할 건가.

“모든 투쟁에서 요구안의 100%가 관철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의 요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

-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등 관계당국이 소극적인 것 같다.  

“현 상황을 자초한 공범이라고 본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산 넘어 산의 상황이다.  

-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노동자들이 극한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노동기본법이 더욱 보장되어서 노동조합 활동이나 비정규직 해결 문제 등이 우리사회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극화의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 다시는 노동자들이 격렬한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 사측에도 할 말이 많을 텐데.

“노조는 사회의 악이 아니다. 사회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조직이다. 영남대의료원은 노사 상생을 추구하길 바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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