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다문화가정, 늘고있다

매맞는 다문화가정, 늘고있다

최근 6년간 가정폭력 검거 건수 4515건… 피해자 대다수 ‘여성’

기사승인 2019-10-23 00:02:00

#영화 ‘파이란’(2001년·감독 송해성)에서 홍콩의 영화배우 장백지가 분한 파이란은 한국 체류를 위해 삼류건달 이강재(최민식 분)와 위장결혼을 선택한다. 그녀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다. 파이란을 술집에 팔려고 하거나 돈을 받고 위장결혼을 주선하는 등 하나같이 순진한 그녀의 뒤통수를 친다. 지방 세탁소에서 일을 하던 그녀는 자신과 결혼해 준 강재를 친절한 사람이라 여기고 그리워하다 결국 사망한다. 강재는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새 삶을 꿈꾸다 비극적 죽음을 맞는다.  

영화는 결혼 이주여성의 비극적 삶을 담담히 그려낸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무자비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우리사회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및 인권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다문화가정은 늘고 있는 만큼 가정폭력 검거 건수도 늘고 있다. 연도별 다문화가정 수는 ▲2015년 29만9241가구 ▲2016년 30만 가구 ▲2018년 33만4856가구 등 계속 늘어났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의 도움으로 ‘지난 6년간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현황’을 확인했다.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계속 늘고 있고, 지난 6년간 총 4515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23건 ▲2015년 782건 ▲2016년 976건 ▲2017년 839건 ▲2018년 1273건 등. 

정리하면 지난 2014년 123건에 그쳤던 검거건수는 2지난해까지 10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522건의 가정폭력 검거가 이뤄졌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 절반에 가까운 42.1%가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 이 중 19.9%는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결혼 이민자 및 귀화자의 80%는 여성이다. 가정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대부분 여성으로 추정된다. 

신용현 의원은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 폭력 사건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사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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