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꽁꽁 묶인 채 허공에 매달린 남자.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 팔다리를 격렬하게 휘두르지만, 표정은 일견 무덤덤하다. 만남 뒤엔 늘 이별이 있는 거라고, 오늘 하루도 그냥 그렇다고 남자는 노래한다. 들끓는 슬픔과 외로움을 애써 감추는 듯하다. 23일 오후 6시 발매되는 그룹 위너의 세 번째 미니음반 타이틀곡 ‘쏘쏘’(SOSO)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이다.
“답답하고 화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감정을 꺼내지 못하는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날 서울 도산대로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만난 강승윤은 ‘쏘쏘’의 뮤직비디오 장면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힘들고 아파하면서도 ‘그냥 그래’라고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담담한 가사와 달리 편곡은 다이내믹해 반전이 있는 노래”라고 귀띔했다.
송민호는 ‘쏘쏘’를 “늦가을에 입은 트렌치코트”에 비유했다. 묵직한 분위기가 스산한 가을에 어울려서다. ‘릴리 릴리’(Really Really), ‘에브리데이’(Everyday), ‘밀리언즈’(Millions) 등 청량하고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사랑받아온 위너는 이번 음반 ‘크로스’(CROSS)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초창기 발표한 ‘공허해’처럼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간 음반을 낼 때마다 ‘새로운 위너, 변화한 위너를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대중이나 팬들에겐 큰 변화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변화를 줘보자. 장르뿐만 아니라 비주얼, 콘셉트에도 변화를 줘보자’고 마음먹었죠.”(강승윤)
직접 만든 솔로음반 ‘XX’를 히트시키며 솔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 송민호는 이번 음반에 실린 ‘끄덕끄덕’(DON’T BE SHY)을 직접 프로듀싱했다. 강승윤의 솔로곡 ‘바람’(WIND)과 이승훈의 솔로곡 ‘플라멩고’(FLAMENCO)도 음반에 실린다. 각자 써둔 개인 곡들 가운데 공연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이기 가장 좋은 노래를 골랐다고 한다. 데뷔 후 처음으로 솔로곡을 내게 된 이승훈은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형제 그룹인 아이콘이 멤버 비아이의 마약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데다, 매 음반 작업에 관여했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도 공석을 비운 상태이지만 멤버들은 흔들림 없는 모습이었다. 강승윤은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팬들에게 치유 받으면서 ‘다음 음반을 열심히 준비해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양현석의 부재에 관해선 “잡아주는 사람이 없고 책임도 우리가 모두 져야 해 힘든 면도 있었지만, 우리의 메시지를 더 부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너는 음반 발매에 이어 오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크로스’라는 제목의 공연을 연다. 양일 세트리스트를 다르게 구성해 다양한 곡을 들려주겠다는 계획이다. 공연은 아시아 투어로 이어진다.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찾아 현지 팬들과 호흡한다.
“‘에브리웨어’(EVEVRYWHERE) 투어 당시 다시 이곳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끝나고 나면 공허하고 슬펐는데, 이번에 또 아시아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기뻐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찾아가겠습니다.”(강승윤)
“저와 (김)진우 형 모두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더욱 진지하고 신중하게 임하고 있고요. 융털 세포 하나까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합니다.”(이승훈)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