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소속정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 모두가 비난하고 나서며 둘로 나뉜 정치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정당은 정치적 대칭점에 있는 집권여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한국당 나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무엇이 적반하장 후안무치인가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브리핑은 나 원내대표 개인과 한국당 모두에 대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특히 28일 있었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야당 탓만 한다”고 비판했던 점을 들어 “나 대표의 연설은 여당 탓만으로 일관할 뿐 아니라 무엇이 야당 리스크인지 실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4월 있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 대한 수사거부를 언급하며 “나 대표는 무슨 낯으로 의회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느냐. 특권의식을 가지고 국회 선진화법 위반 수사를 거부하는 한국당이 공정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헌법위반을 논하기 전에 법 위에 군림하는 한국당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먼저 받으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에서 목소리 높여 반대를 외쳤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관련 사법개혁 법안처리와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포함한 경제부양책,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을 위한 안보·국방·외교 정책 등에 대해서는 “검찰개혁, 민생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명령을 외면하는 것이자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대한 무지와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대안이라며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이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한다고 하면 진즉에 다 해결됐을 문제”라고 평했다. 나아가 “나 대표의 연설은 어깃장과 몽니로 국정과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서 “총선용 억지 심판론과 보수집회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예산과 입법이라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솔선수범하라며 한국당에게 등 보인 야3당
민주당과 함께 정의당 또한 나 원내대표 연설을 ‘반촛불, 퇴행의 선포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표현했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시작부터 헛웃음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논리는 없고 수사만 있었다.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을 획책하는 저주와 선동의 언어로 가득차 있었다. (한마디로) 반촛불 퇴행의 선포문이었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한국당이 공정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 나 원내대표의 딸 입시문제, 김성태 의원의 딸 부정채용문제 등은 언급하며 “본인의 딸 입시나 김 의원 딸 문제 등에 대해 시원하게 입장을 내놓기 바란다”면서 본인부터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이며 솔선수범하라고 질타했다.
한국당이 제기한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낡은 레파토리가 또 등장했다. 반세기전 경제논리를 언제까지 우려먹을 셈이냐”고 꼬집었다. 3대 헌법 파괴세력이라며 전교조와 귀족노조, 좌파 법피아를 지목, 이들과의 고리를 끊고 혁파해야한다는 주장에는 “노동권의 최후 보루역할을 했던 이들 단체를 헌법 파괴세력이라고 하니 기가 찰 따름”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의당의 평가에 민주평화당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주현 민평당 수석대변인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점철됐다”는 총평과 함께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와 냉전체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한국당이 탄핵 이후 한 치도 혁신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촛불 국민의 기대를 채우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공정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도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면서도 “입시부정과 사학비리, 채용비리 등 공정성 시비는 한국당 쪽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일말의 반성도 없다. 내로남불을 넘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비판과 선거제 개혁에 대한 반대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정부의 무능력보다도 못한 과거 회귀일 뿐”이라며 “제1야당의 시정연설은 상대방의 잘못에 의존해서 생존하는 적대적인 공존정치를 끝내기 위해 선거제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함만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또한 공식적으로는 한국당을 향한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김수민 바미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엔 유연함이 없다. 여야 협치를 위한 양보와 협의의 의사도 드러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만이 옳다는 주장을 넘어 독선의 말잔치였다”며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 “한국당은 배타적이고 배제적이다. 아예 포용의 여지를 남기지도 않는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이런 한국당의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 특정 집단을 헌법 파괴세력으로 규정하고 거의 ‘주적’으로 취급하듯 한다. 반대하는 사안들과 노조와 집권여당, 대통령 등 한국당을 반대하는 세력들과도 아예 38선을 긋는다”며 제1야당으로서의 독선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다만 김 원내대변인은 “포용을 이야기하는 민주당이 절대 포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거나 “실천이 없는 집권여당”이라며 민주당을 향한 바른미래당의 일침도 가했다. 아울러 “수용이 없는 한국당과 포용이 없는 여당으로 인해 한국정치가 국론분열이라는 포승줄에 결박돼있다”고 진단하며 거대양당의 유연한 협상과 협치의 자세를 거듭 촉구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