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AI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 시점이라면 AI는 시대적 소명이다. KT가 다시 일어나 세계로 향할 수 있는 기회를 AI가 준 것이라 생각한다.”
탈(脫)통신에 도전하는 KT의 지향점은 AI기업이었다. 이필재 KT마케팅 부문장(부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KT는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고, AI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KT AI 인력은 600여명인데 이 중 코어 인력은 200명 정도다.
이필재 부사장은 “지난 3년간 AI 투자액은 1500억 정도인데 이중 코어(핵심기술)에는 500억 원 정도, 연관 기술에 1000억 원 정도 투자했다”며 “향후 4년간 AI에 투입할 3000억 원 중 30%는 코어 분야에, 70%는 나머지 연관 분야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소프트웨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AI에 쏟는 셈이다.
KT는 현재 AI 관련 인력 600명으로 그중 코어 인력 400명을 확보하고 있다. KT는 내부적으로 AI 전문인력 육성과 외부 수혈을 통해 코어인력만 1000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KT는 200여명 이상 영입을 한 상태다.
이 부사장은 “코어 인력을 1000명 정도로 확대해야 AI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AI 개발에 나선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KT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에 집중할 것이므로 적절한 인력 증가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회장이 바뀌는 시점과 관련한 질문에 “AI는 향후 어떤 분이 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세로, 4년간 3000억원을 넘어 그 이상이 투자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과도 경쟁할 인재도 다수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어디서든 KT AI 기술 접하도록... 4대 분야로 사업 확대=얼마전까지 낯선 대상이었던 AI스피커는 불과 2~3년만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대중화된 제품이 됐다. 김채희 KT AI사업단장(상무)은 "다음소프트와 SNS를 조사한 결과 기가지니가 확산되기 전인 2016~2017년 AI 연관 서술어는 모르다, 무섭다 등 부정적 정서가 강했지만 2018~2019년에는 가능하다, 추천, 놀다 등 긍정적 정서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KT는 AI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산업 ▲업무공간 ▲미래세대 4대 분야에 치중한다. 먼저 기가지니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AI 호텔의 경우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한다. 또 러시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MTS에 기가지니 기술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분야에서는 공장, 보안, 에너지, 고객센터 등에서 AI를 적용한다. 에너지에서는 AI 기반의 통합 에너지관리 플랫폼(KT-MEG)을 바탕으로 건물이나 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AI 고객센터를 2020년 본격 선보인다.
업무공간에도 AI를 도입해 단순 반복업무를 기계가 대체하고 AI 업무처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난해 7월 출시된 'AI 메이커스 키트'를 중심으로 코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5G가 자리 잡았고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여러 사업을 준비해온 만큼 이를 서로 융합하는 도구로서 AI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집, 사무실, 공장 등 어디에서나 맞춤형 AI 알고리즘을 제공해 ‘KT AI 에브리 웨어(everywhere)’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0여개 원천기술 기반 'KT만이 할 수 있는 AI서비스' 확보”=이번 간담회에서 KT는 4개 지능 영역에서 20여개의 AI 원천기술을 공개했다. 4개 영역은 ▲감성∙언어 지능 ▲영상∙행동 지능 ▲분석∙판단 지능 ▲예측∙추론 지능이다. KT는 20여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AI 생태계를 주도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AI 엔진 ‘지니’를 탑재한 AI 단말을 2025년 1억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감성∙언어’ 영역에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목소리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러 사람의 음성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스피치 세퍼레이션 기술, 한 문장만 녹음하면 영어 음성을 만들어주는 영어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 등을 시연했다. 또한 대화의 질문과 주제를 파악하고, 지식검색을 토대로 간단히 답변하는 문서기계 독해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다.
‘영상∙행동’ 영역에서는 다양한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처럼 동작과 표정을 표현해주는 기술을 시연했다. 2차원 영상에서 3차원 인체 동작을 예측하는 딥러닝 기반 지모션(G-Motion) 기술 및 움직이는 객체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가빔 기술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나를 따라 하는 3D 아바타를 선보였다.
‘분석∙판단’ 영역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로부터 숨겨진 정보를 찾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웹페이지를 실시간 분석, 판단해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수행하는 웹 에이전트를 시연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KT가 상용화한 ‘닥터로렌’은 AI가 통신 장애를 분석해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빠른 시간에 복구하는 기술이다.
‘예측∙추론’ 영역에서는 스스로 상황을 예측 및 분석하고, 이를 추론해 상황에 대한 실시간 조치와 적합한 솔루션을 추천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가트윈’은 작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가학습으로 실제와 같은 트윈 모델을 생성해 문제해결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는 서울시 교통신호체계, 빌딩 에너지 등의 최적화에 활용되고 있다.
◆ "IT강국 넘어 AI강국" 외친 문 대통령에 KT도 발맞춤 주목=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AI 분야를 새로운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KT의 AI기업으로의 전환은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더 주목을 받는다.
KT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AI를 넘어 어디서나 함께하는 AI로 보다 편하고 안전한 생활을 누리는 초지능사회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지금까지 AI는 TV나 스피커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고, 가정용 IoT 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 AI 모든 영역에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데이터에 기반한 AI로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AI의 예측∙추론 지능은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 감염병 확산 차단은 물론 재난재해 방지와 복구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AI 전문인력 양성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코딩교육 확대로 대한민국 AI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신축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기가지니를 노후화된 기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KT가 AI 컴퍼니가 되겠다고 하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KT가 5G를 4년만에 상용화시킨 것을 기억해달라"며 "AI 컴퍼니로 확실한 변신을 해내 사회혁신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