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면서 당사자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득세,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작 해당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약물 치료를 끊고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였고, 대다수 조현병 당사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일 오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열린 ‘닥터토크콘서트’에 출연한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사진)에 따르면, 조현병은 영화나 뉴스 등 미디어가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불치의 병이 아니다. 빠른 진단과 조속한 치료, 꾸준한 약물복용, 여기에 재활을 통해 직장생활과 결혼 등 정상적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 국민 4명 중 1명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 중 하나다. 문제는 스티그마(사회적 낙인)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을 당시 병명 자체가 사회적 낙인을 조장한다는 의견에 따라 뇌기능 회로의 연결 이상으로 생긴 질환으로써 현재와 같이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게 됐다. 이 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 발병하게 된다. 그렇다고 부모가 조현병을 앓으면, 자식 대에서도 발생하는 등 반드시 대를 이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병 초기에는 환청, 환각, 과대망상, 피해망상, 사고장애 등이 발생한다. 이후 병이 진행될수록 무의욕, 불량한 위생상태, 인지기능 저하, 공격성 등이 증가한다. 때문에 조현병 진단은 이런 증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될 시 가급적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치료에 돌입하는 게 급선무다. 김 교수는 “첫 발병 후 뇌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지 않도록 이상 현상 발견시 즉각 정신과에 내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을 방치하게 되면 뇌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현재 조현병 치료의 핵심은 약물치료이며, 여기에 심리사회적 치료가 병행되면 치료 효과가 증진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조현병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삶의 질이 향상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꾸준한 복약이다. 꾸준한 약물치료를 하면 재발되지 않을 확률은 80~90%에 달하게 된다. 복약 후 6개월이 지나 증상이 호전되면 약의 중단을 시도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졸음 등의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조현병의 위험성은 바로 약물 중단으로 인해 재발률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 발생된다. 약물을 더욱 늘려야 하고, 더 오랜 입원이 요구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꾸준한 복약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약물을 끊으면 재발률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만약 약을 끊자마자 증상이 나타나면 평생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현병약은 다양하지만, 당사자마다 효과 및 부작용의 양상이 달라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게 관건이다. 중독이 된다거나 치매가 빨리 찾아온다는 속설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게 김원형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조현병 약물은 장기 복용의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다”며 “정신과 약을 섭취하면 치매가 빨리 온다는 게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선 설명처럼 꾸준한 항정신병 약물의 복약이 증상 완화 및 완치에 결정적이지만, 당사자들은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조현병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이러한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약을 끊어 재발할 때마다 더 많은 약물이 요구되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재발을 막고자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되었고, 1~3개월에 한번 주사를 통해 재발 방지 면에서 경구 약물보다 효과가 우월한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화학적 기전에 따라 약물이 서서히 배출되기 때문에 약물의 농도가 핏속에서 적정하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인하대병원과 함께 하는 닥터콘서트’는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복귀를 주제로 김원형 교수의 강연과 조현·조울증 회복 당사자, 보호자, 환자단체간의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