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과 함께하는 닥터토크콘서트’가 1일 오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주제는 ‘조형병 환자의 사회복귀’. 쿠키TV 원미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의 강연에 이어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 ▲장우석 조현·조울증 회복 당사자겸 회복의등대 대표 ▲홍수민 보호자 등이 당사자 및 가족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사회는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편견이 유독 강하다. 때문에 당사자 및 가족들은 정신과 진료 및 항정신병 약물 복용 사실 조차 쉬쉬한다. 그러나 조현병은 대부분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지만 유병률은 100명중 1명(1%)이다. 우리나라 암중 가장 흔한 갑상선암이 0.5%임을 고려하면, 조현병은 매우 흔한 질병이다.
장우석 대표는 23년 전 조현병·조울증을 진단받았다. 현재 그는 직장 생활과 집필에 환자 연대 활동까지 펴고 있다. 증상이 완전히 멈춘 건 10년 전. 장 대표는 “관리를 잘하면 망상과 환청, 불면증 등 여러 증상이 사라지고 직장 등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수민 보호자는 자녀의 첫 이상 증세를 발견했을 때 “환청을 호소하는 아이를 고치려고 굿까지 하며 초기 치료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순득 회장도 “보호자가 초기치료를 하려해도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가족끼리도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는 자녀가 사춘기 증상을 겪는지 조현병인지 헷갈려하기 때문에 굿을 안 해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라면서 “병이 상당부분 진행됐을 때야 병원에 가게된다”고 말했다.
조현병의 완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치료 시작 시점이다. 증상 발생 시부터 치료를 받기까지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 발병 후 5년을 치료를 위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로 말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가능한 빨리, 적절한 약물로 치료를 해야만, 환자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병을 방치하게 되면 자기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은둔생활 및 이상 행동을 해 본인 및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정신질환은 가족도 함께 고통을 겪는다. 가족이 짐을 떠안기에는 너무 큰 재앙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순득 회장은 완치 사례를 설명했다. “지인의 자녀가 고교생 당시 발병했는데, 일찍 치료를 시작해 1년간 약물을 복용하고 완치됐다. 현재는 결혼 후 잘 살고 있다. 약을 잘 챙겨 먹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잘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약을 끊고, 재발 후 복용량이 늘어나거나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등 만성화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
약물을 끊는 이유는 중독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원형 교수는 “중독성이 거의 없고 최근에는 졸림 등의 부작용을 개선한 약들도 많다”며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한 약물이기 때문에 40~50년 복용해도 된다. 수면제보다도 안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약 자체에 대한 편견도 꾸준한 복약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홍수민씨는 “자녀와 복약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 증상이 생기지 않으니 아이는 안 먹겠다고 하더라. 이후 재발과 입원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현재는 자녀 스스로 약을 챙겨먹는다. 의사와의 라포 형성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
“조현병 당사자를 만나다보면 마음이 매우 착하고 여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음이 착하고 여려 환청에 영향을 받고 주변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언론에서 나온 사건들 때문에 실제 환자들의 모습이 왜곡돼 안타깝다.”
김원형 교수의 말이다. 장우석 대표도 이 말에 공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고, 일부 복지 사각지대에서 자기 관리를 못하는 이들의 문제를 전체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현병은 흔한 질환이고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견은 가족들도 힘들게 만든다. 홍수민씨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또 다른 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녀의 장애인 특수 교육기관 입학 상담에서 ‘정신장애인의 입학 불허’란 통보를 받고 나서 그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조현병 환자 격리해라’, ‘가족은 뭐하느냐’고 비난한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재난’을 겪는데, 기사를 통해 국민들이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에 화가 났다. 조현병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리를 하라고 청와대 청원을 넣었다. 더 이상 숨어있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순득 회장은 일명 ‘임세원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법의 골자인 사법입원이 조현병 당사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당사자의 병원 문턱을 낮추려면 강제가 아닌, 제대로 된 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병원에서 인권을 박탈당하는 등의 문제가 없다면 당사자는 알아서 치료를 선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차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면 꾸준한 약 복용을 돕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복약과 관련 갈등이 있을 때문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며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장 대표는 “사실 경구약은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주사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매번 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당사자가 약을 먹을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을 되새기지 않아도 되고 약봉지를 들킬까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매번 약 복용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