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인보사‧라니티딘 사태는 현재진행형

발사르탄‧인보사‧라니티딘 사태는 현재진행형

정부는 제약사와 법정공방 중

기사승인 2019-11-02 06:00:00

‘발암물질 의약품’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와 위궤양치료제 등 많은 환자가 복용하는 의약품 원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세계 최초로 개발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성분에는 허가 당시 회사가 제출한 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들어갔다.

이에 보건당국이 해당 의약품을 수거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한편, 제약사들과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끝나지 않은 발암 의약품 사태의 현재 상황을 짚어본다.

 

◇ 건보공단, 발사르탄 손해배상금 안 낸 제약사 대상 소송 준비

작년 여름, 두 번에 걸쳐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가 환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7월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촉발됐다. 검출된 지 1달 만에 2차 사태가 발생하고, 대학병원에서도 해당 원료로 제조된 고혈압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이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품에 대해 잠정적 판매 중지와 제조 및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고, 모든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을 수거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다른 약으로 재처방받을 수 있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인 부담금을 면제했다. 이때 건강보험 재정손실분은 제약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올해 7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총 69개 제약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액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에 건강보험 추가 지출손실금에 대한 구상금 납부를 고지했으나, 납부율은 저조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9월 26일자로 제약사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지출손실금 20억3000만원에 대해 구상금 고지서를 발송하고 10월 10일까지 구상금을 납부할 것을 독려했다. 하지만 10월 11일 기준 납부한 제약사는 16개사에 불과했고, 납부금액은 구상금 고지액의 4.8%인 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차 납부기한인 10월 31이 지난 1일 현재 건보공단은 구상금을 내지 않은 제약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납부기한은 지났지만 은행 납부의 경우 수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구상금을 내지 않은 제약사 확인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다만, 많은 제약사가 내지 않았을 거라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에 일부 제약사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제약사는 대형 법무법인과 함께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 허가취소 두고 소송전…식약처 “중앙약심 운영 개선 나서”

올해 초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인해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허가 및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회사가 제출한 연골세포와 다른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이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약처는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코오롱생명은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지난 3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소송 첫 기일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이나 품목허가를 받은 후에 인보사 성분을 바꾼 것이 아니다. 2003년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마스터셀을 구축할 당시부터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안전성 판단의 전 단계인 주세포의 성분 문제로 품목 허가를 취소한 것이다. 이를 뒤집기 위한 근거로 안전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하고 옳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허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가 모두 허위고, 고의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고 향후 증거 조사 계획을 결정하기로 했다. 인보사의 제조·판매 허가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낸 혐의를 받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의 구속여부는 오는 4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운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인보사 허가 당시 중앙약심은 약 두 달여 만에 ‘불허’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었는데, 이때 반대 중앙약심 위원들을 교체해서 허가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고, 중앙약심 내규에 대한 개정도 행정예고 중에 있다”고 밝혔다.

 

◇ 라니티딘 판매 중지, 대체품인 니자티딘서도 발암물질 검출

지난 9월에는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됐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검출된 물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해당 성분 의약품 269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판매를 중지하고 현재까지도 제품 회수 중에 있다.

이들 의약품 복용 환자는 총 144만명으로 추정된다.

라니티딘이 위장약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품목이라 대체약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에서는 수급 불안정을 겪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라디티딘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니자티딘 계열 원료의약품에서도 NDMA가 검출돼 일본이 회수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니자티딘 함유 의약품에 대해 제약회사에 자체 조사를 지시했고, 일본 오하라약품공업은 니자티딘 함유 의약품에서 NDMA이 관리수준 이상 검출되면서 자진회수에 들어갔다.

식약처도 니자티딘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으며, 각 업체별로 니자티딘 함유 약물에 대한 자체 조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시험법을 마련한 상태고, 조사단계를 거쳐 안전성을 확인할 것”이라며 “다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 없어 제품 회수, 판매 중지 등의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의사회원들에게 ‘니자티딘’에 대한 처방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최근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겪은 만큼, 식약처 조사의 최종결과와 대응조치가 발표될 때까지 회원들에게 니자티딘 함유 의약품에 대한 처방을 자제토록 함으로써 국민건강과 의약품 안전성,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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