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는 있는데”…폐암 환자의 한숨

“치료제는 있는데”…폐암 환자의 한숨

타그리소 1차 요구 높지만, '검토 보류' 이유도 몰라

기사승인 2019-11-05 02:00:00

# 돈이 많은 사람만 좋은 약을 쓸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신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불공평합니다. 타그리소가 보험 적용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타그리소가 폐암 치료에 굉장히 효과적인데 반해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한 달 약값이 7백만원에 달합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약을 도중에 중단할 수 없는데, 저희 같은 평범한 가정에서 약값을 감당하기에 너무 힘이 듭니다”

위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서 발췌한 것으로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의 보험급여 확대를 바라는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높다. 

타그리소는 2016년 출시돼 EGFR과 T790M 유전자 변이가 모두 확인된 4기 비소세포폐암에서 2차 치료제로만 사용이 가능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EGFR 변이만 있으면 1차 치료제로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차 치료시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환자 및 가족들이 국민청원에까지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의료진은 1차에서 이미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1,2세대 표적항암제를 먼저 쓰고, 타그리소를 2차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미 4기 판정을 받은 폐암 환자가 1차 치료 도중에 사망하거나, 상태 악화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그리고 T790M 변이가 나오지 않거나 생검 자체가 불가한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2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30% 정도다.

EGFR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의 경우 이레사, 타세바, 지오트립, 타그리소 등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타그리소는  전이로 인한 질병 진행이 기존 치료제보다 더 낮게 나타나는 등 기존에 있던 치료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뇌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높은 치료효과를 보여, 치료제가 없었던 뇌 전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0%는 진단 초기부터 뇌 전이가 있고, 치료 과정에서 10명 중 4명 이상이(44%) 뇌 전이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뇌 전이가 있으면 두통, 어지럼증은 물론 언어 사용과 일상생활에 영향을 크게 받고, 치매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 

타그리소는 기존의 다른 표적 치료제보다 높은 뇌혈관 장벽 (Blood-Brain-Barrier) 투과율을 보이며 중추신경계 전이(뇌 전이) 환자에서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는데, 뇌 전이를 확인하고도 경제적 이유로 다른 제제를 먼저 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폐암 환우카페에는 “MRI 결과 뇌 전이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 타그리소는 비급여라 평범한 회사원인 저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어서 어쩔 수 없이 급여가 되는 약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그리소가 뇌 전이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자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할 수밖에 없었던 치료제 선택에 큰 회의가 듭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비급여에 따른 치료약제비 부담으로 다른 약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뇌전이’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약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문재인 케어에 기대했던 ‘돈이 없어 약을 쓰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희망이 무너진 것이고, 새롭게 발표되고 있는 치료효과는 오히려 환자와 가족들의 한숨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암질환심의위원회가 타그리소 1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류 소식에 환자들의 희망은 또 미뤄지게 됐다. 

한편 치료약제의 건강보험 급여적용은 비용대비 약제의 효과 등 다양한 경제성평가를 거쳐 결정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치적, 정책적 고려도 포함된다. 당시 후순위로 밀렸지만 이번에는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환자’이다. 

일례로 타그리소가 2차 치료제로 급여신청 당시 국내제약사가 신속등재 등 지원을 받으며 국내제약사와 외국계 제약사 간의 대결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국내제약사의 치료제가 낮은 약가로 먼저 급여를 받으며 타그리소는 힘겨운 약가협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보험급여가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약제가 부작용 등 추가 임상 실패로 시장에서 퇴출되며 국내 신약개발 및 낮은 약가로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라는 정부 기대도 실패에 그쳤다.

이번 타그리소의 1차 급여확대에서는 환자를 중심의 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후에 가격은 정부가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하면 된다. 환자들이 마냥 기다릴 수 있다고 장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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