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논란에도 성폭력 경시 풍토 여전하다

‘다크웹’ 논란에도 성폭력 경시 풍토 여전하다

기사승인 2019-11-06 00:02:00

최근 미국이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인 한국인 손모씨의 강제소환 요청을 하는 등 다크웹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사회의 미온적 태도는 여전하단 지적이다. 

우리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다크웹 공조 수사 통해 이용자 310명을 적발했다. 이 중 한국인은 223명에 달했다. 손씨의 사이트는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음란물을 유통하며 암호화폐 비트코인으로 구매자와 거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손씨는 약 4억 원의 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유통한 영상에는 생후 10개월에서 10살 어린이의 영상도 있어 충격을 줬다. 

손씨의 사건을 두고 미국과 달리 우리 법원의 미온적 태도와 솜방망이 처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비단 이번 사 건 뿐만 아니라 디지털성범죄와 관련, 경찰청, 여성가족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소관부처가 다르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조치의 현실적 한계를 밝히곤 했다. 

일단 관계부처는 차치하더라도 사법당국의 널뛰기 판결이나 솜방망이 처벌은 디지털성범죄 등 성폭력에 대한 미온적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아동이용음란물의 제작 배포 소지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심각한 범죄를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인천지방법원에서 앳되어 보이는 여성과 교복 입은 여성의 성적 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에 대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한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었다.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 아동·청소년이라는 것을 법집행기관에서 입증해야한다면 실제 보호할 수 있는 연령의 아이들은 2차 성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고 청소년들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교묘하게 청소년들을 어른처럼 보이게 해 착취에 동원할 수 있고, 해외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일 경우도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참고로 탁틴내일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통신매체 이용음란 피해 건수가 2016년 149건, 2017년 247건, 2018년 24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카메라 촬영이 동원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촬영 피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소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의 박찬미 활동가도 “우리 형법의 개별법에서는 ‘음란’의 개념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법관의 해석에 따라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한다. 그는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피해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경험자가 피해를 호소함에도 피해촬영물로 인정받지 못해 국가차원의 피해구제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법이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디지털성범죄 제작·유포자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해 사회적 경각심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성계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박찬미 활동가는 “피해가 지속될 상황에의 객관적인 가능성에 대해 이것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포르노와 애니메이션, 불법촬영물 속에서 재현되는 여성상의 모습이 유사할 때, 단번에 드러나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추적하는 일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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