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인공지능(AI) ‘리전’과 이에 저항하는 인간의 대결을 그린다. 리전은 저항군 지도자를 암살코자 막강한 암살용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불안의 싹’을 자르려 한다. 이에 맞선 인간의 처절한 저항이 로드무비와 스릴러, 화려한 액션으로 버무려진 블록버스터는 연일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비단 리전처럼 무시무시한 AI는 현실에 없지만,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개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사물인터넷(IoT) 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미래 기술로 불리기 때문이다.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각국은 발 빠르게 각 산업 분야에 AI를 대입하려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의료분야로의 적용 연구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에서 활발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의료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한때 기술의 발달이 의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는 업무 간소화와 진료 보조 도구로써 영상의학 분야에서 도입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로 꼽히는 AI와 의료의 ‘콜라보레이션’은 국내 신의료기술을 잉태할 수 있을까?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논쟁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8일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 교수는 관련 진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등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궁금했다. 인공지능은 영상의학에 어떻게 접목돼 활용될까. 박 교수의 말.
“가까운 미래에 진료를 할 때 환자 중증도에 따른 치료 우선순위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응급실에서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겠죠.”
환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되묻자, 박 교수는 난처한 듯 웃으며 대꾸했다. “아직은 기술 개발 진행 중이라, 임상에서 여러 활용 가능성을 발굴하고 있는 단계라서요.”
동석한 오주형 경희대병원장(그도 영상의학과 교수다)이 좀 더 알기 쉽게 풀어 설명을 해주었다. 오 원장에 따르면, 현재 영상의학과 AI의 접목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AI 기반 의료영상 기술은 영상의학 전문의의 연구와 협업, 공동 산학협력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상에도 적용이 확대되고 있죠. 이 분야는 시너지도 큽니다. 알파고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의사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냐고 걱정도 많았죠. 지금은 의사의 업무량을 줄여주고 진단 정확성을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사실 격무로 번아웃 상태의 의사가 많잖아요?”
건강보험 급여화 등 수가 적용을 위해서 박 교수는 “일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의료기관이나 지역별 환자의 특성 천차만별인 만큼 AI 소프트웨어가 평균화된 답을 내놓으려면 그 만큼 학습할 기본 빅데이터가 종합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환자의 개인정보 사용이라는 논쟁적 요소가 존재한다. 정부는 이런 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보건의료시민사회는 환자 정보 유출 등의 문제점을 경고하고 있다. 박 교수가 설명했다.
“시민단체의 반대가 강하죠. 미국과 영국에서는 의료분야의 데이터는 공공자산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환자 정보의 민감성을 이해하는 의사로서 난처할 때가 많아요. 결국 해법은 정부의 몫이겠죠.”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