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추경예산이 허투루 쓰인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정부가 추경에 편성한 2732억 원 중 일부가 R&D사업에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해 기업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한계기업에 예산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은 정부 등 외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어 R&D 과제수행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고, 과제를 완료해도 자금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화·상용화 등을 위한 후속투자가 어려운 기업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정책자금이 연구개발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좀비기업의 연명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과거 국회에서 수차례 지적됐으나, 올해 추경R&D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기업 지원 사업인 4개 R&D사업을 통해 예산을 받은 전체 기업 225개 중 재무정보가 확인된 기업은 190개. 이 중 한계기업은 11개(5.8%)였다. ‘기계산업핵심기술개발’ 의 경우, 자금수혜기업 55개 중 6개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나타나 R&D자금 부실 운용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의원의 비판이다.
또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은 ‘가’기업의 경우,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74.2억 원, -107억 원, -94.2억 원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임에도 43억 원이나 지원받았다.
또한 중소기업벤처부의 경우, 소재·부품 R&D사업인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에 154개 기업을 선정했다. 재무정보가 있는 기업 125개 중 한계기업은 9개(7.2%), 지원액은 46.5억 원이었다.
뿐만 아이다. 중기부는 추경을 통해 일본 수출피해 기업 지원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500억 원 배정, 소재·부품·장비 시설투자 촉진을 위한 신성장기반자금 300억 원, R&D기술 사업화 지원을 위한 개발기술사업화자금 200억 원 편성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 피해와 무관한 기업들의 원자재 구입비, 인건비 등 운전자금에 쓰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시설 및 투자 지원에 쓰여야 할 ‘신성장기반자금’ 역시 지원목적과 맞지 않는 원자재 구입, 인건비 등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일본수출규제 대응 R&D지원 및 융자사업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1일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에서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를 신설하여 2024년까지 매년 2조원 이상을 R&D지원, 정책자금 확대 등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경을 통해 편성한 소재·부품·장비 R&D예산을 보면 이자비용도 내지 못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없는 한계기업까지 지원했음이 나타났고, 일본수출규제 대응 정책자금 역시 본래 취지와는 달리 허투루 쓰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정부가 R&D예산을 늘리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예산이 얼마나 지원됐는지 전수조사하고, 역량 있는 기업에 R&D지원금이 쓰일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며 “정책자금 수혜기업 역시 전수 조사하여 지원대상이 아닌 기업에 지원된 예산, 자금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예산은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