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근무 중 안전사고로 젊은 생명이 사라진 한국서부발전이 직전 3년 연속 안전경영을 해왔다며 상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상을 준 인증업체는 서부발전으로부터 3년간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수상을 둘러싼 ‘뒷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0일 서부발전이 2016년부터 3년간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안전경영대상을 수상하며, 첫해엔 3000만원, 2017년과 2018년엔 각각 2500만원과 500만원을 한국능률협회인증원에 지급한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이 외에도 민간업체로부터 상을 받으며 약 2억원을 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크게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을 홍보비와 맞바꾸고, 정작 안전문제는 등한시한 채 수상자가 선정됐으며, 이 같은 상장거래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조성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규명팀장은 “기업 입장에선 상을 받고 홍보비를 건네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행태는 국민을 상대로 돈으로 산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셈”이라고 서울신문을 통해 말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서부발전은 기본적인 노동자 안전을 등한시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인데, 안전 경영을 명목으로 3년 연속 상을 받았다”면서 “경영 성과를 포상하기 위해 세금으로 상을 받은 것”이라고 연합뉴스를 통해 비난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2017년 강원랜드에서 채용비리사건이 터져 최홍집 전 사장과 인사담당자가 기소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올해까지 3년 연속 한 컨설팅 회사가 주최한 ‘인적자원개발종합대상’을 수상하며 800만원을 매년 홍보비 명목으로 지급한 점도 동일한 문제로 봤다.
이밖에 지난 5년간 91개 공공기간이 516개의 상을 받으며 43억8100만원을 지출한 정황을 포착해 공개하며 세금을 이용한 ‘상장거래’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이를 두고 “기관장 치적 쌓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서부발전 산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사망한 ‘故김용균’씨의 사고원인을 ‘안전조치 없이 위험한 업무를 떠넘긴 원·하청 구조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정비·운전업무 민영·외주화 철회 등 권고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관련 법안이 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등에 의하면 법개정 등으로 이어진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여전하다는 뜻을 지난 5일 밝혔다. 인권위는 “보호대상을 늘리고 도급인 책임과 사업주의 처벌 등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외주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컸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 사망자가 했던 작업은 여전히 도급이 가능하다”면서 추가개정을 권고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