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산은)이 올해 말까지 3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 산업금융채권) 발행에 나선다. 산은은 선제적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 건전성 하락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이사회는 지난달 25일 연내 3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승인했다. 2017년 3월 이후 첫 후순위채권 발행이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채권자의 손실 분담 취지에 따라 전액 은행의 이익 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사채를 말한다.
특히 바젤Ⅲ(국제은행 자본규제) 기준에서 후순위채권의 경우 만기 5년 이상일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은행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반면 2013년 이전 바젤Ⅱ 규제에서 발행한 후순위채권은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10%씩 축소되고, 2013년 이후 바젤Ⅲ 규제에서 발행한 후순위채권은 만기 5년을 앞두고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20%씩 줄어든다.
산은의 이번 후순위채권도 기존 발행 물량의 자본인정비율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발행된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지표다.
산은의 BIS비율은 지난 2017년 6월말 15.37%에서 2017년 12월 말 15.26%, 지난해 말 14.80%로 떨어졌다. 이후 정부예산 4000억원 출자에 따라 올해 3월말 14.91%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6월말 14.71%로 다시 하락해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산은 또 매각이 진행중인 아시아나항공 등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BIS비율의 추가 하락 우려가 있다. 이에 이번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최소한 현 BIS비율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발행 물량을 대체하지 않을 경우 BIS비율의 하락이 발생한다”며 “이번 발행은 BIS비율 개선보다는 유지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산은이 낮은 금리에 후순위채권 발행에 성공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하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발행하기로 한 후순위채권의 규모를 축소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채권발행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후순위채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라며 “채권발행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을 발행한 은행 입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