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묻고 더블로’ 갈까

[기자수첩] 쿠팡, ‘묻고 더블로’ 갈까

기사승인 2019-11-20 05:01:00

“이번 결산은 너덜너덜하다.“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결산 발표를 하며 한 말이다. 최근 상황을 ‘태풍 속 폭풍우’라고도 비유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2분기(7~9월) 7001억엔(약 7조442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입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다.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차량 공유업체 우버,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등의 지분가치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의 추가 투자 의사다. 큰 상처를 입은 상태서 이전처럼 ‘통큰 결단’이 가능하겠냐는 것. 손 회장은 그동안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 우버, 디디추싱, 쿠팡 등 전 세계의 80여 ‘유니콘’ 기업에 돈을 대 왔다. 손 회장이 이들 기업에 밀어 넣은 돈만 8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아직까지 딱히 결실을 맺은 곳은 없다. 

국내에선 쿠팡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손 회장은 약 3조 원 가량을 베팅(?)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쿠팡의 적자 폭은 감소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누적 적자만 3조원에 달하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가용 자금은 1조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앞으로 1~2년 안에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가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지만, 손 회장의 입장이 다소 강경해진 모양새다. 그는 지난 결산 발표에서 이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투자처가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5~7년 이내에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투자 기준에 대한 허들을 더 높인 것이다. 

과연 쿠팡은 5~7년 이내 순이익을 낼 수 있을까. 현 추세라면 다소 요원한 일로 보인다. 다른 생존 전략으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꼽힌다. 나스닥은 기술기업의 경우, 적자라도 성장성, 혁신성을 갖추고 있다면 상장자격을 부여한다. 쿠팡이 최근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이사 등을 영입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물론 이 역시 쉬운 길은 아니다. 쿠팡 보다 규모가 컸던 위워크도 최근 상장에 실패했다. 쿠팡 역시 나스닥 상장 관련 보도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물론 내부에서는 여러 가능성 고려하며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표면적으로 쿠팡의 기세는 달리진 것이 없다.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계획된 투자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도 아직까지 자신의 투자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것이 그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그는 지난 실적발표에서 위워크의 투자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큰 틀에서 소프트뱅크 그룹 실적에 이상은 없다"며 100조원 규모의 2호 비전펀드 출시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철저히 '70% 투자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의 승률이 예상된다고 하면 과감하게 뛰어든다는 것. 쿠팡은 추후 손 회장의 추가 투자를 받아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 자신만만해 보이는 쿠팡이지만, 손 회장의 눈높이가 전보다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래는 쿠팡이 없는 세상일까. 쿠팡 없인 못 사는 세상일까.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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