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이 117분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여야가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집권여당이 칭찬과 환영일색의 평가를 내렸다. 반면 제1·2 야당은 시간낭비에 불과한 정치적 쇼였다고 혹평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각본 없는 대화를 두고 “대통령께 가장 죄송한 형식이었다”면서도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면 참모들이 긴장도 했지만 잘 넘기고 나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끝났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이 정도는 정말 괜찮다’ 하면서 손뼉을 쳤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어제 자리는 대통령만 듣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이 같이 봤어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임기 중 2년 반이 지났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부족한 것들은 채우고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하루하루 아깝지 않게 잘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도 찬사를 보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지난번보다 좀 더 정감 있고 활력 있고 정서적인 교감의 폭이 넓어진 방식 같다”며 “많은 이야기가 충분히 다 되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전엔 상상도 못 하던 소통,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제 임기 절반 시작,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우리 국민 모두 차별 없이 억울함 없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고 믿는다”는 입장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 교섭단체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역시나 지나친 기대였다. 참석한 국민도, 질문한 국민도, 시청한 국민도 모두가 답답한 시간이었다”면서 “가짜 환심으로 친구가 될 수 없듯 ‘거짓 쇼’로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 국민은 쇼가 아니라 ‘진짜 소통’을 보고 싶다”고 혹평했다.
이어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여전히 계속되는 국회 탓을 보면서 국민들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라는 것과 남은 2년 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알게 됐다”며 “국민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군림하는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진짜 소통을 해 줄 대통령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 하반기를 시작하며 가진 국민과의 대화여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했고, 변화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을 듣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한마디로 아쉬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질의는 산만했고, 대답은 제대로 없었다. 어수선했고, 많은 언론이 ‘민원 창구 답변’ 같았다고 직격탄을 퍼부었다”면서 “국정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상반기에 어떻게 했는데 이게 잘못됐으니 하반기에 이렇게 하겠다고 하는 걸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실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 분열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인정하고 진영 간 갈등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국론 통합의 길을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고 해야 했다”며 “국민 통합은 이런 식의 보여주기 쇼로는 안 된다. 대통령의 국가 비전 정책을 제대로 들을 기회로 만들어야 대화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