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부의 국정운영과 대응태도에 ‘단식’으로 대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 대표는 20일 오전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치고 “오늘(20일) 오후부터 단식에 들어가겠다”면서 “비공개회의에서 우리 중진 의원과 최고위원들에게 단식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단식 기간이나 취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황 대표의 단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정 대전환을 촉구할 방침이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처리의사에 항의하고, 오는 22일 종료예정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외교·안보 문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경제 위기의 문제를 지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은 “패스트트랙이 불법으로 가고 있는데 아무리 소리 질러도 눈도 깜짝 안 한다. 당장 눈앞 지소미아는 어마어마한 국익이 걸린 문제인데 그게 만약 해제되고 교역 관계에서 관세 등이 철회된다고 할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단식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몸을 던지는 것 말고 방법이 있나. 정치공학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패스트트랙은 국가 시스템 기본에 대한 것인데 이렇게 하니 저항할 방법이 없어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 같다”며 “누군가 나서서 온 몸을 던져서 투쟁해야 하지 않겠냐. 야당 책임자로서 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단식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황 대표의 단식선언 직후 민주당은 ‘민폐단식’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떼쓰기, 국회 보이콧, 웰빙 단식 등만 경험한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면, 20대 국회의 남은 성과를 위해 협조하라. 국민과 민심은 이벤트 현장이 아니라, 바로 이 곳 국회 논의의 장에 있다”고 꼬집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국민의 꽉 막힌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 작년 이맘쯤 국민들의 조소를 받았던 5시간 30분씩 릴레이단식이 오버랩되는 듯하다”고 논평했다.
덧붙여 “문재인 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총리까지 역임하면서 국정을 담당했던 황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도 잘 알고 있다”며 “제1야당의 품격을 되찾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회복하는데 노력해 주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황 대표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인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두 개 이행에 돌입한다고 한다”면서 “제발 단식하지 마라. 그다음 순서인 사퇴가 기다린다”고 질타의 글을 남겼다.
이어 “위기를 단식으로 극복하려고 해도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 국민이 황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이 세 가지나 장외투쟁이 아니라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인 국회를 정상화하고,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하며 발목만 잡지 말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의 제1야당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