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꼬리표 떼는 ‘틱톡’, 네이버 라인과 닮은 점은?

중국 꼬리표 떼는 ‘틱톡’, 네이버 라인과 닮은 점은?

기사승인 2019-11-27 05:00:00

중국 앱 ‘틱톡’이 10대들을 중심으로 전세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동을 걸자 틱톡이 중국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국가간 정치적으로 갈등이 있을 때 IT기업이 이런 위기를 피해가기 위해 모국의 정체성을 지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틱톡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국시장에서의 활동보폭을 늘리고 있다. 틱톡은 15초짜리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앱으로, 촬영과 동시에 영상 속도 조절, 특수효과, 배경음악 삽입 등 영상편집이 가능하다. 간편한 편집과 특수효과로 춤, 메이크업 등 개성을 표출할 수 있어 10대들에게 인기가 좋다. 

틱톡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등의 앱스토어에서 15억번 넘게 다운로드됐다. ‘틱톡’ 운영사인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는 기업가치가 750억 달러(약 87조원)에 달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를 위협하면서 인터넷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틱톡은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라는 평을 내놨다. 

◆ 틱톡, ‘제2의 화웨이’ 피하려 중국 꼬리표 떼기=미중 무역갈등 속에서도 틱톡은 미국에서 1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미국 SNS시장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중국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에만 월 활성 이용자가 265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60%가량이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3일 “10대들이 ‘틱톡’에 열광하자 실리콘밸리가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틱톡은 미국 내 영향이 커지면서 장벽에 부딪혔다. 미국 육군이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인 ‘틱톡’에 제기된 국가안보 위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틱톡이 중국 정부 통제 아래 놓여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혹이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한 미국 정치권이 미국 현지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 토종 동영상 앱 견제에 나선 것이다.

틱톡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가로막힐 수 있다고 판단,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틱톡은 바이트댄스가 2017년 뮤지컬리라는 작은 소셜 네트워크를 인수해 이름을 바꿀 때까지도 대부분의 미국인은 알지 못했다. 립싱크 기능을 추가하며 더 재미있는 영상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 최근 미국 정부가 틱톡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뮤지컬리를 인수하는 과정에 국가안보상 위협이 없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WSJ에 따르면 틱톡은 앱에 노출되는 중국 콘텐츠를 줄이고, 중국 정부와 거리를 두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 틱톡과 네이버 라인의 닮은 점, ‘글로벌’ 강조하는 플랫폼 기업=한일 양국민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도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을 두고 일본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라인이 일본에서 ‘한국기업’ 이미지가 강하지 않았다는 점과 대체제가 없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다툼이라는 점에서 한일 갈등과 무게가 다르다. 그러나 로컬이라는 걸 뛰어넘어 문화적으로 완전히 녹아들어 국가간 정치적 갈등을 극복한 네이버 라인의 전략은 IT기업으로서 틱톡이 가야할 방향과 유사하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세워놓은 기업 운영이느 서비스, 제품들을 세계 어느 지역이나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현지에선 단순히 서비스나 상품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인은 이와 정반대로 행동했다. 일본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서비스가 모바일 메신저라는 것을 찾아내고, 빠른 수행이 가능하도록 현지에 별도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라인 일본 법인은 아예 서비스 기획에서부터 개발과 운영까지 모든 사업 과정을 자체적으로 총괄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은 일본에서 한국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대만, 태국 등에서도 특정 국가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틱톡 관계자도 “국가마다 진행하는 마케팅 등 종류가 다양한데 이는 로컬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라인과 틱톡은 사용자들의 참여로 만들어나가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라인은 어느 정도 이용자를 확보한 뒤 게임, 간편결제, 게임, 사진, 영상통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종합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틱톡은 영상을 넘어 음원스트리밍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 상품 영상도 도입했다. 

권기환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10~20대는 정치성향과 상관 없이 재밌고 편리한 앱을 쓰니 틱톡이 빠르게 확산된 것 같다”며 “동시에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에 불만이 많은 세대라 어떤 사상과 신념이 동영상 등을 통해 자리 잡을지 알 수 없어 더 잠재적인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틱톡이 미국 시장 내에서 중국 관련 영상을 적게 내보내는 등 관리한다고 하지만 일본 라인처럼 대체재가 없이 영향이 커지는 것을 미국이 우려해 화웨이 사태처럼 검열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이안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