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가결함에 따라 29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된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시민사회의 반발을 무릅쓴 이번 가결을 두고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과 함께 데이터 3법으로 불렸다. 이중 처음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은 만큼 나머지 법안의 통과도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도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비정점법안’에는 데이터 3법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오전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통과를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는 데이터 3법이 비쟁점 법안에 포함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국민의 동의가 없어도 기업이 국민 개인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 유전병 정보뿐만 아니라 소비성향, 소득수준, 재산 정도 등에 기업이 접근, 공유, 판매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논의 및 합의 없이 법안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산업계는 법안의 통과를 적극 지지했다. 이날 한국바이오협회는 성명을 통해 “데이터3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중추가 되는 의료데이터 발전을 완벽히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해 지난 2016년 정부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지난해 8월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협회는 “우리나라가 머신러닝, 딥 러닝,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이 탁월해도 기술을 활용할 ‘데이터’가 전무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데이터 종속국’으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밀의학 서비스를 위해 각종 의료정보, 유전체 및 오믹스 정보, 생활건강 데이터 등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각종 의료데이터를 상호 공유해야만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데이터가 아니고 개인정보이며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니즈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렇듯 각계의 첨예한 이견이 표출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가결에 임한 국회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앞서 미디어오늘과 시민사회단체가 데이터 3법 관련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도출했다.
설문 내용은 ▲본인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상업적 판매에 동의하는가 ▲데이터 3법이 개인정보의 동의 없는 판매와 공유를 허용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가 ▲국민들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국회의원 본인은 데이터 3법 통과에 찬성하는가 등이었다.
설문 결과 대다수 의원이 설문조사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소신 없는 법안 통과 처리가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