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드라마 ‘체르노빌’이 화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막대한 방사능이 누출된 이 사고는 2019년 TV로 고스란히 재현됐다. 의미심장한 것은 작품이 실화를 그대로 옮겼다는 점이다. 그런데 때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얼마나 방사능이 방출되었고,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방사능이 근원적 공포를 건드리는 이유는 무색, 무취, 무향이기 때문이다. 만질수도 볼 수도 없지만 치명적인 방사능은,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도 존재한다.
주영수 한림대의대 교수겸 반핵의사회 공동운영위원장은 적은 방사능 노출이 안전하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으며, 지속적으로 노출돼 일정치가 되면 암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우리가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전리방사선은 일 년에 1.4mSv(밀리시버트) 가량이다. 전리방사선의 배경방사선 혹은 자연방사선으로도 부른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까지 일본은 1.5밀리시버트로 우리나라(4밀리시버트)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주 교수는 지난 2006년 미국 국가학술원의 ‘전리방사능의 생물학적 영향 7편 2상-낮은 수준의 전리방사선의 건강위험’ 보고서를 인용해 “1밀리시버트보다 낮으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는 정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은 방사선 노출에 따라 암 발생은 직선으로 증가한다. 잠복기가 지난 후에 노출 방사선만큼 암이 발생하는데, 100밀리시버트에 노출되면 1%에서 암이 발생하고, 10밀리시버트는 1/1000명, 1밀리시버트는 1/10000명 중 1명. 서늘한 결론이다.
핵산업계와 보수언론이 ‘적은 방사선은 안전하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발표된 ‘아동기에 소량의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에서의 백혈병과 골수성 악성종양: 9개의 코호트 연구 통합 분석’ 보고서도 충격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6개국에서 아동기(21세 이전)에 100밀리시버트 미만의 방사능에 노출된 26만2573명 중 154명에게서 골수성 악성종양과 221명에서 백혈병이 발병했음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 20밀리시버트를 기준 허용치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 허용치(1밀리시버트)보다 20배 높은 선량을 마치 문제없는 것처럼 허용하고 있는 것이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노동자에게 5년간 100밀리시버트를 넘지 말아야 하고, 1년에 50밀리시버트를 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일본은 국민들에게 핵발전소 노동자 수준의 높은 허용치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