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인도장’ 도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중견 면세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서면 입국장 면세점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기업 면세점의 독과점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입국장 면세점 뿐 아니라 시내의 중견·중소면세점도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 설치를 골자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편의 증진과 해외소비 국내 전환이 취지다. 법안에 대하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태로 전해졌다.
입국장 인도장은 시내·인터넷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귀국 시 받을 수 있도록 한 장소다. 기존엔 ‘출국장 인도장’에서 긴 대기 시간을 기다려 물품을 받아 해외로 가지고 가야 했지만, 입국장 인도장이 생기면 그런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면세 쇼핑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많은 이용이 예상된다.
대기업 면세점에선 큰 호재다. 판매 브랜드가 적은 출입국장 면세점보다 대기업 인터넷면세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있기 때문. 현재 국내 면세 사업자의 인터넷면세점 매출 비중은 최근 30%를 넘어선 상태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막강한 할인율과 다양한 제품 구성으로 인터넷면세점에서 연일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입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 면세점들의 표정은 어둡다. 이들은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서면 입국장 면세점은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호소한다. 지난 5월 정부는 중소·중견 면세점에 한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 2곳을 설치한 바 있다. 에스엠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가 9:2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에스엠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애초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취지로 도입된 곳”이라며 “입국장 인도장 도입은 이런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 면세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입국장 면세점 특허 조기 반납도 검토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입국장 면세점이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은 상대적으로 협소한 공간, 품목과 구매 한도 제한의 영향으로 기대만큼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판매 품목 제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입국장 인도장으로 내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면세점을 통해 대량으로 물량을 구매 후, 입국장 인도장을 통해 내수시장으로 재반입 될 수 있다“라며 ”관리 감독은 훨씬 어려워 질 것이고, 지금도 일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들은 구입한 면세품을 국내에 다시 팔고 있지 않느냐“라고 귀띔했다.
대형 면세업계는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반기면서도 표정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한 대형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고객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국장 면세점의 판매 품목 제한 등이 완화된다면, 입국장 인도장이 들어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