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90년대 생을 알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새로운 세대를 알고자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 사회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G기자의 시시각각. 오늘도 지영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영의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시시각각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지영의 기자 ▶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90년 대 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기성세대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정리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세대 간 단절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90년대 생.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데요.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경제는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90년대 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생각과 그들이 처한 현실. 지영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책에 대한 부분부터 보죠. 지영의 기자,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고요?
지영의 기자 ▶ 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휴가철인데도 일본 수출 규제로 휴가를 미루거나 못 간 분도 있는데,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직원들에게 선물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책과 함께,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라는 글도 함께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90년생이 온다는 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까?
지영의 기자 ▶ 2018년 올해의 경제 경영서로 선정된 이 책은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된 1990년대 생과 공존하기 위한 것들을 담은 책입니다. 90년생이 온다를 쓴 작가는 올해 13년차 직장인인 37세 임홍택 씨인데요. 그는 2007년 한 대기업에 입사해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브랜드 마케팅 등을 담당해왔고요. 또 정부기관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직 내 세대 소통법과 신세대 마케팅 방법에 대해 강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세대 간 소통이 되지 않으면 협업이 되지 않고 결국 그 나라는 발전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 부분을 정확히 알아둘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는 거군요.
지영의 기자 ▶ 네. 책에서는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들이 회사에 입사하는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들의 특성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떤 새로운 사회현상을 불러오는지, 또 기성세대는 이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90년대 생과 공존하기 위해, 이해하기 어려워도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인데요. 사실 90년대 생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지영의 기자, 그들 스스로, 또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영의 기자 ▶ 그 답을 찾기 위해 한 조사 결과를 살펴볼 텐데요. 한 신문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1990년대 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결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90년대 생들은 스스로를 건국 이래 최악의 세대로 규정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20대. 90년대 생들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요?
지영의 기자 ▶ 네. 90년대 생 응답자 229명의 절반 이상인 125명이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20~5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는데요. 긍정적인 답변은 36.2%로, 그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20대들은 스스로를 건국 이래 최악의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 외에 또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겁니까?
지영의 기자 ▶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정의했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가장 힘든 시기, IMF보다 더 힘든 시기, 헬조선에 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답변 중에는 힘들다는 것을 내포하는 단어가 48차례로 가장 많이 나왔는데요. 힘들다, 힘듦, 고생, 고난, 각박한 삶, 팍팍하다. 허덕인다, 지친다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단어만 들어도 힘들고 지쳐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90년대 생들이 그렇게 힘든 이유는 뭘까요?
지영의 기자 ▶ 단연 취업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20대들은 자신을 고학력이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알바에 허덕이며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은 꿈꿀 수 없는 세대라고 정의했고요.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 도전할 수 없다, 꿈과 현실은 함께할 수 없다, 기회가 없다, 라고도 표현했습니다. 거기에 반짝 불이 붙었다 금방 꺼져 버리는 성냥이라는 답도 나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다들 그렇게 부정적인 표현만 하고 있는 겁니까? 긍정적인 의견을 낸 20대는 없었나요?
지영의 기자 ▶ 자유로움, 현재를 즐긴다는 뜻의 욜로, 젊음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적어낸 이들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였습니다. 한 90년대 생 응답자는, 어릴 때부터 강요된 교육만 받고 자라서 막상 스무 살이 됐는데도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며, 이런 삶을 욜로 인생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20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고 노력하며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영의 기자, 90년대 생들이 이렇게 부정적인 이유는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지영의 기자 ▶ 90년대 생은 20대 초반에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세대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국가 시스템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난 거죠. 또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과거에 비해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자체가 줄어.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미래 지향적 사고를 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많은 90년대 생들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기성세대들이 본 그들은 어떻습니까? 좀 다른가요?
지영의 기자 ▶ 네.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20대를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세대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0대는 이번 생은 망했다며 좌절하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그런 20대를 무한한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세대라며 훈계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사이 간극을 좁히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은데요. 20대들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취업인 만큼, 그 부분도 좀 더 이야기 나눠볼게요. 일단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인 거죠?
지영의 기자 ▶ 네.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15세에서 29세의 청년층이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취업하는 데, 평균 10.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취업해도 첫 직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은 1년 6개월이 채 안 됐다는 건데요. 심지어 취업시험 준비자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취업시험 준비자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요?
지영의 기자 ▶ 네. 지난 5월 기준 청년층은 907만3000명이었습니다. 이 중 취업자나 실업자 등 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 468만3000명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71만4000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21만9000명. 30.7%는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실제로 90년대 생을 9급 공무원 세대라고 할 만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 많아요. 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공무원을 선호하는 걸까요?
지영의 기자 ▶ 그들이 살아온 배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찾아온 금융 위기 이후 아버지 세대가 수시로 구조조정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게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이유가 있었군요. 또,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기간도 꽤 긴데,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겁니까?
지영의 기자 ▶ 네. 졸업 후 첫 취업 소요기간은 2015년 10.0개월, 2016년 10.2개월, 2017년 10.6개월, 2018년 10.7개월 등으로 매년 길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지만 그 긴 시간을 걸려 첫 직장에 입사해도, 오래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지영의 기자 ▶ 네. 3명 중 2명인 67.0%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년 전보다 4.2%포인트 상승한 수치인데요.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1.6개월로, 현재 첫 직장을 계속 다니는 청년을 포함해도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 5.3개월이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결국 1년 반이 안 되는 건데요. 첫 일자리를 그만두는 이유는 어떤 걸까요?
지영의 기자 ▶ 개인적으로 보면 여러 이유가 있겠죠. 일단 통계청 발표 결과를 보면, 보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9.7%로 가장 많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일단 보수에서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군요.그렇다면 실제로 그들이 받은 임금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와 있습니까?
지영의 기자 ▶ 네. 첫 직장 취업으로 받는 임금은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이 전년보다 0.3% 상승한 34.1%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200만 원에서 300만 원도 18.1%로, 2.8%포인트 늘었고요. 100만 원에서 150만원은 27.7%로, 1년 전보다 3.4% 포인트 줄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임금 체계가 열악한 것 또한 사실이군요. 어떻게 보면, 90년대 생에게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어렵게 들어갔더라도 그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만두는 거잖아요.
지영의 기자 ▶ 네. 맞습니다. 고용시장 불안은 90년대 생에게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애 버렸는데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에서 29세 까지의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안정적인 회사가 1위였습니다. 급여가 높은 회사나 발전 가능성이 큰 회사는 후순위로 밀렸고, 20대 10명 중 7명은 중소기업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회사가 안정적이라면 규모나 급여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건데요. 이직에 대한 생각도 다를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지영의 기자 ▶ 직장이 있는 20대 3명 중 1명. 35.1%는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건 30대 이직 의향인 19.2%보다 높은 건데요. 그들은 더 나은 보수와 복지, 더 나은 안정성, 더 나은 근무환경을 위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복지와 안전성이 직장 선택의 최우선 고려 요인이 되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어떻게 보면, 세대에 따라 일과 회사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지영의 기자 ▶ 네. 맞습니다. 최근 1970년생에서 1999년생 사이 남녀 600명을 상대로 한 일과 동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근무시간에 대한 세대 차이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일찍 출근해 정해진 출근시간 전까지 업무 시작 준비를 마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대해, 90년대 생은 35.0%만 그렇다고 했는데요. 80년대 생은 43.0%가 동의했고, 70년대 생은 절반이 넘는 54.0%가 동의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미리 출근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나이가 많을수록 긍정적으로 답변한 건데요. 또 다른 조사 결과도 살펴볼까요?
지영의 기자 ▶ 야근, 주말 근무를 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90년대 생의 32.5%만이 동의한 반면, 80년대 생과 70년대 생의 동의비율은 각각 42.5%, 43.0%로 드러났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인식의 차이가 상당하네요. 그리고 앞서 20대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건 그들이 살아온 배경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90년대 생이 기성세대와 다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장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온 걸까요?
지영의 기자 ▶ 네. 90년대 생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경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성장기 대부분은 오히려 경기 침체 하에서 보냈습니다. 1998년 발생한 외환위기에 유년기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소년기를 겪었고, 지금에 와서는 혹독한 취업난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또 어떻게 보면, 현재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걱정하게 만든 취업난은 그 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고 볼 수 있겠어요.
지영의 기자 ▶ 네. 맞습니다. 90년대 생은 2차 베이비부머. 즉, 1968년에서 1977년생의 자녀인 2차 에코 붐 세대입니다. 정부 산아제한정책이 1980년대 말부터 풀리면서 60만 명대로 줄었던 출생아 수는 에코붐 세대가 등장하면서 70만 명대로 다시 늘었는데요. 출생아가 늘어난 만큼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진 셈이 되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외환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은 계속 높아졌으니까요.
지영의 기자 ▶ 네. 2010년 청년 실업률은 7.7%였고 2014년부터 9%를 넘겼다가 2018년 말에는 9.5%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10년 6.5%에서 2018년 2.7%로 급하강했고요. 그래서 90년 대 생은 취업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어느 시대든 세대 간 갈등은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얻은 생각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와 그런 기성세대들이 이해되지 않는 신세대. 그 간극은 점차 커지죠. 하지만 세대 간 갈등을 풀지 못하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 G기자의 시시각각 마칩니다. 지금까지 지영의 기자였습니다.
지영의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