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대를 맞아 직원들의 적응과 지역에 잘 녹아드는 것이 관건이다.”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9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원주 이전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서울사무소와 원주로 나뉘어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현재 한참 이사 중”이라며 “1200여명의 서울 직원이 원주로 내려가는 대규모 이사”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전주혁신도시 이전 이후 인력 이탈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원주혁신도시로의 이전 이후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 가능하다. 김 원장도 “원주 이전 후 여러 문제가 예상된다”며 “서울 거주자는 지방에 내려가면 죽는 줄 안다. 특히 여성 직원과 젊은 층이 많기 때문에 체감도가 더 큰 것 같다. 잘 정착하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내려갔을 때 여러 요구를 어떻게 케어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주에 잘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심평원 관계자는 “학회 및 전문가 의견수렴 회의가 많은데, 원주 이전 이후에 서울-원주를 잇는 시스템 없다”며 “영상, 서면,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업무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복병은 전문심사위원회 운영이다. 심평원 측은 “영상 등을 통해 위원들의 자문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지만 아직 경험이 없어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심사전문위원 중에는 원주 이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위원은 “현실적으로 원주 근무는 힘들다”며 “(서울 근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중이다”고 전했다.
다만, 심평원은 직원의 이탈 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준비 과정을 거쳐 나름의 대비가 되어 있단 것. 앞선 관계자는 “지난 2015년 1차 이전 당시 여러 애로가 있었지만, 3년여 동안 간접 체험을 해왔다. 동호회 활성화 및 기반 시설도 어느 정도 들어서 있다. 원주시에서도 직원 적응에 신경을 쓰고 있어 직원들의 적응이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원주 근무를 원하지 않아, 서울지원근무 등의 의향을 보인 직원들은 얼마나 될까. 심평원 측은 “부서가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 개개인별로 의향을 확인하진 않았다”며 직원들의 이전과 관련해 선택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승택 원장은 “심평원은 지난 40년 동안 줄다리 심사를 해왔는데, 항목 단위의 심사를 올해만 88조원 가량 진행했다”며 “의료계에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이러한 줄다리심사는) 심사평가의 본질과도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향후 심평원이 ‘분석 심사’로 심사 형태를 바꾸려는 이유에 대해 “의료계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을 담보키 위한 조처”라면서도 이른바 ‘튀는’ 항목의 경우 “같이 의논하고 조정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불만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김 원장은 “의협을 위시한 의료계의 반발을 보면, 그간 정부와 의료계가 신뢰를 쌓아가며 일을 한 적이 거의 없고, 정부가 믿고 따라와달라고 하면 의료계는 못 믿겠다고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심평원의 진심, 의료계와 국민의 바람이 절충되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평가체계도 국민 건강 관점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