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을 확보하라’
최근 쿠팡, 위메프, 티몬에 던져진 화두다. 돈은 곧 실탄이다. 상대의 탄창이 비는 순간 나의 승리요, 적의 패배다. 그동안 이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감행하며 매출 확대에 나서왔다. 소진된 탄창을 갈아야할 시점이 다시금 도래하고 있다. 그간 '유통 공룡' 롯데, 신세계가 조 단위의 실탄을 들고 이커머스에 뛰어든 만큼, 이들의 위기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현재 저마다 투자처를 물색하거나 인수 합병, 상장 준비 등의 생존 경쟁이 물밑에서 한창이다. 3조원의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은 현재 가용 자금이 1조6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1~2년 안에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추가 투자 여부가 관건이지만, 현재 손 회장은 위워크 등으로 크게 손해를 본 상태다.
업계는 현재 쿠팡을 두고 신규 투자 유치는 물론, 나스닥 상장 추진, 아마존 등에 대한 매각 등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쿠팡은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이사에 이어 신임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알베르토 포나로를 영입하는 등 글로벌 재무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두 달 사이 벌써 3명 째다.
위메프는 올하반기 넥슨코리아와 IM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총 3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위메프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인력 충원과 협력사 확보, 시스템 개선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격 경영’을 예고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투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격적으로 투입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위메프에겐 희소식이다.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전자결제(PG) 사업 유지가 가능해진다. 앞서 위메프는 지난 6월 PG업체 페이플레이스를 인수하고 8월1일 합병하는 등 오픈마켓 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경쟁사인 티몬 역시 실탄 장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매출은 크게 늘렸지만, 최근 3년간 402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가 티몬 인수에 나선다는 소문이 잇따랐다. 양사 모두 “사실무근”으로 부정하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그 이후로도 인수설은 계속 솔솔 피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가 티몬을 품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격변이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7개 계열사는 지난해 약 8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한바 있다. 티몬의 거래액과 합친다면 12조원 규모로 커진다. 이는 G마켓 옥션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에 이은 2위 수준이다. 이외에도 분명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몇 년 안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에 이커머스들이 대거 투자를 받아오며 외형을 불려왔으나 아직 그 뿐”이라며 “내년에는 서서히 성공과 실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며 유통사간 M&A를 통한 구조적 변화도 그 형태일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